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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숨통막힌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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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숨통막힌 정국

입력
199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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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공전… 제도개선 대타협이 해결 열쇠대북밀가루 비밀제공설이 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밀가루 비밀제공설이 제기된 이후 야당은 조사소위 구성을 요구하며 예결위의 부별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여당도 국회 순항을 위해 조사소위 구성에 응하는 양보전략은 결코 택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현 시점에서는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23일에도 신한국당 서청원,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정무 총무가 회동했지만 해법을 구하지 못했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못하면, 국회 예결위의 부별심사 일정(20∼26일)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또 부별심사 일정이 밀리면, 27∼29일로 잡힌 계수조정도 순연되고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통과도 난망해진다. 이 경우 정기국회 후반의 전체적인 흐름은 갈등국면으로 기울게 된다.

그렇다고 전혀 돌파구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본질적인 문제를 풀면, 예결위 일정 등 다른 사안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밀가루 제공설, 조사소위 구성, 예결위 공전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그 저변에 깔려있는 본질은 제도개선특위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게임인 것이다.

야당도 제도개선에 포인트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야당인사들중 상당수는 『조사소위구성 요구에 예결위의 진행속도를 늦추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대북지원중단을 공언해 놓고 장막뒤에서 북한과 거래를 한다면, 그 자체가 야당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정황으로 보면, 야당의 우선순위가 조사소위나 예결위 보다는 제도개선특위에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결국 예결위 공전의 해법은 여야가 제도개선의 쟁점을 놓고 어떤 이면계약을 맺느냐에 달려있다. 그중에서도 검찰·경찰중립화, 방송중립화 등 핵심현안에 대해 입장차를 어느정도 좁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큰 윤곽이 잡히면, 조사소위나 예결위 공전은 더이상 난제가 안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개선에 대한 야당의 복안이 야당의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여야 모두 협상전략상 양보카드를 숨기고 강한 입장을 견지, 돌파구 마련을 더디게 할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조사소위구성에 대한 묘수가 도출된다해도 곧 새로운 장애물이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일정기간 공전과 파행이 반복되고 예산안의 법정시한 통과도 쉽지않을 전망이며 대단원의 타협은 막판에 가서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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