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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사회교육원 이해경 교수(선데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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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사회교육원 이해경 교수(선데이 스토리)

입력
199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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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력 장애인이 대학강단에 섰다/여 만화교수 「만화같은 인생」/휠체어생활,만화가 유일한 친구/학력이라곤 초등교 3일 출석 뿐/13세때 첫 작품 지금까지 100여편… 올봄부터 강의맡아23일 하오 1시30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제2실기관 401호 강의실. 30여명이 수채화실기를 배우고 있다. 휠체어에 앉아 붓을 들고 강의하는 이해경 교수(본명 이미라·45·명지대 사회교육원 만화창작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씨는 무학이다. 초등학교에 3일동안 출석한 게 전부다. 2세때부터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중증 소아마비 장애인 이씨는 어머니 오숙자씨(67)의 등에 업혀 부산 중앙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다리를 못 쓰는 남편 대신 3남2녀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는 매일 딸을 등교시킬 수 없었다. 학교를 그만둔 이듬해 이웃어른으로부터 한글을 배운 이씨에게 만화책은 유일한 친구였다. 이씨의 손은 곧 붓이 됐다.

13세때인 64년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3형제…」로 시작되는 소파(소파) 방정환선생의 동요 「3형제의 별」을 만화로 그렸다. 이후 10여년동안 잠 안오는 약을 먹으며 만화를 그렸다. 그 때의 후유증인지 요즘도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작가로서의 감수성을 키우던 이씨는 74년 잡지 「새소년」에 「현아의 외출」이라는 단편을 발표했다. 이씨는 동양화도 배워 78년 진주 개천예술제와 경남도전 동양화부문에서 거푸 입선했다.

그동안 발표한 만화는 1백여편. 90년부터 만화잡지에 연재한 「잠들지 못하는 여자」는 이씨처럼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M이라는 여주인공의 눈을 통해 소시민의 애환을 그린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구잡이로 낙태수술을 해준 의사가 결국 자신을 중절당하는 태아로 착각해 정신착란을 일으켜 사망한다는 만화 「태」에는 낙태반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명지대 사회교육원은 이씨의 능력을 평가, 올해 봄학기부터 순정만화데생과 만화표현기법 등 2개 강좌를 맡겼다.

만화창작과 한재규 주임교수(48)는 『이씨가 강단에 선 것은 한 마디로 인간승리』라고 말한다. 이력서 학력란은 공란이고 혼자서는 집 밖에도 못 나가는 이씨. 그는 「간판만 앞세우고 마음은 불구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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