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접근속도 완급조절 협의/4자회담 중간점검도 주의제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4일 하오 3시(현지시간) 마닐라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4월 제주도에서 만나 한반도 4자회담을 제의한바 있는 양국 정상은 이날 7개월만에 다시 만나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빚어진 한반도 상황을 집중논의하고 4자회담의 진척방안을 중간점검할 예정이다.
양국은 현재 북한의 판문점 북측 연락사무소 폐쇄, 제네바핵합의 파기위협 등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경색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나 그 해법에 있어서는 적지않은 견해차가 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보장」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김대통령과 「4자회담 성사를 위한 새로운 활력」을 얘기하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이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우리 정부는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보장을 조건으로 경수로 사업에 대한 냉각기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공식적 인식은 우리와 같이 하고 있지만 북한의 사과를 「적정한 수준」에서 매듭짓자는 입장이다. 이미 북한측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유엔사를 통한 유감표시」의 의사를 전해받은 미국은 22일의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도 『북한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받아들이는게 좋다』고 우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 핵합의유지와 4자회담의 추진원칙에 관해서도 양국은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두 문제 모두에 대해 우리는 잠수함 침투사건의 마무리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협정파기 위협이 나왔을 때 미국은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반면 우리는 『북한의 한미 이간책동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경수로 사업과 남북경협에 대해서 가급적 냉각기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북·미 양자관계에 관해서도 양국은 이미 「조화와 병행의 원칙」을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헌지커씨 억류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빌 리처드슨 의원을 오는 25일 방북토록 했고, 또 26일에는 판문점에서 정전위 비서장급회의를 통해 북한측과 접촉할 예정이다. 4자회담을 위한 3자설명회의 추진과 대북추가경제제재완화등도 최근 미국이 보이고 있는 움직임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잠수함 침투사건의 해결과 함께 미국의 대북접근속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주권국가라면 어느 나라든지 외교정책에 관한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게 당연하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에 관해서도 한미 양국이 의견차이를 보이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문제에 있어 한미공조가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양국 모두 견해차가 장기화하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24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어떤 형식으로든 실리와 명분을 적절히 조화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같다.<마닐라=신재민 기자>마닐라=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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