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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노선 반감 무관심 확산/올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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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노선 반감 무관심 확산/올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

입력
199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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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동권·독자세력 곳곳서 약진/쟁점 환경·복지 등 주로 학내문제23일까지 절반 가까이 치러진 올해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은 운동권의 전반적 퇴조와 비운동권 및 독자적인 운동세력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이 날까지 실시된 92개 대학 선거결과에서 민족해방(NL)계열은 주요 대학에서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세력은 크게 약해졌다. 지난 8월 연세대사태와 그간 학생회가 보여온 정치투쟁 일변도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이 표출된 결과로 분석된다. 학내문제에 대한 무관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운동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각종 토론회와 선거운동본부의 공개간담회는 학생들의 총학생회와 한총련노선에 대한 비판으로 뜨거웠다. 학생회에 대한 비판은 학생회의 권력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학생회장 당선후 구성되는 학생회조직이 특정 정파의 배타적 인선으로 이뤄짐에 따라 대다수 학생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투쟁일변도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학생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학생회비의 분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학생회비가 총학생회에 집중됨으로써 시위자금 위주로 운영돼 왔으므로 이제는 학생회비의 20% 이상을 환경·인권 등 학내 자치모임에 의무적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같은 학생회비판은 후보간 공약대결을 유도했다. 지금까지 「정파와 정치구호만 있고 공약은 없었던」 총학생회선거에서 처음으로 공약다운 공약이 등장한 것. 서울대의 경우 환경·인권·복지 등 동아리가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특정후보의 무성의를 질타하는 학생 개인명의의 항의대자보가 나붙기도 했다. 서울대선거에서 한 후보의 핵심운동원으로 활동했던 이모씨(22·사회대)는 『학생들은 더 이상 기계적으로 표만 던지던 군중이 아니었다』며 『학생회와 정파에 대한 비판이 동아리를 중심으로 조직화하면서 연설문만 준비하던 예전 선거와는 판이한 운동양상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운동권, 특히 NL계열의 퇴조와 비운동권 및 독자운동권의 부상은 내년 학생운동의 노선과 활동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총련의 핵심으로 학생운동의 큰 흐름을 장악해 온 NL계열이 비록 외형상 권력은 유지했지만 영향력이 현격히 약화한 만큼 기존 정치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운동권 전반의 판도변화를 말해주는 단초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내년의 학생운동이 여성 후생 등 학내민주화에 집중될 경우 운동권에 대한 강경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대학당국과의 갈등이 증폭돼 수업거부 등 의외의 사태를 빚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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