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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이 살아있는 일본사회/신윤석 도쿄특파원(특파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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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이 살아있는 일본사회/신윤석 도쿄특파원(특파원 수첩)

입력
199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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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옥, 37세의 재일동포 3세. 코멘테이터 겸 평론가, 인재육성회사 사장, 도쿄(동경)도 자문기관 「생활도시 도쿄를 연구하는 모임」위원, 가나가와(신나천)현 인권계발추진회의 위원 등 직함이 상당하다. 「한국·북조선·재일코리안사회를 알게되는 책」 등 저서도 많다.그는 신문과 방송에 일주일이 멀다하고 얼굴을 내밀며 하고픈 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조총련 민족학교를 나왔을 뿐 번듯한 학력도 갖고 있지 않다.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마이너리티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보며 일본인의 감긴 눈을 뜨게하는, 귀찮지만 필요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공영방송인 NHK가 상업방송처럼 뉴스쇼식 보도를 하려는 경향은 잘못됐다』 『소수일지라도 나처럼 딱딱한 뉴스보도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권리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NHK 뉴스시간에 자기네 위성방송사업을 보도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광고다』 NHK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일본사람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총리까지 배출한 2세정치인 문제를 끄집어내 『공정한 경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독하게 비난했다.

그의 말과 글이 인기를 끄는 것은 소수의견 또는 사회적 약자, 때로는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주부, 장애인, 직장여성의 능력개발과 네트워크화를 통한 자립화 등 「소수의 창조성」을 살려내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해 함께 살아가는 복합문화사회를 이룩하자』는 게 그의 주된 주장이다.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집회에서도 「신구」라는 별명처럼 입바른 소리로 흥과 열기를 돋운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글로 옮겨 일본 정부의 무책임을 꾸짖기도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반드시 기록해두듯이 일본 미디어와 사회도 그에게 발언기회를 주고 경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자신 『나는 엘리트도 아니고 재일동포가 힘이 생긴 것도 아니다』며 『나를 받아들인 것은 경직됐던 일본이 자기 손으로 껍질을 깬 것』이라고 일본사회의 부분적 포용력만은 평가한다.

『일본의 관료기구가 과거에는 한국의 군대위안부를 만들었고 지금은 일본의 약해에이즈환자를 양산했다는 점을 일본 사회가 스스로 깨닫고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씨의 활동을 지켜보노라면 당연히 매사 맨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한가지 목소리만 나오도록 강요하고 소수의견은 마이크 잡을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본은 아직 우리에게 거슬리는 이웃이고 극복의 대상이지만 이런 점만은 꼭 배워야할 것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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