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트레스가 뭔지 아세요』 며칠전 다섯살배기 딸아이가 수수께끼를 내듯 질문을 던졌다.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고 묻자 「라이온 킹」이란 만화에서 봤다며 라이온 킹의 어의까지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짧은 대화에서 아이가 스트레스와 라이온, 킹이라는 영어 단어를 세개나 익히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랐다.어린이들의 영어 조기교육열풍이 거세다. 동네마다 난립하고 있는 어린이 영어학원, 그것도 모자라 영어로만 말하는 유치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보통의 엄마라면 한번쯤 유치원을 그만 다니게 하고 차라리 영어학원에 보낼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또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모국어를 처음 배울 때도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가. 아이가 우연히 「엄마」와 비슷한 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엄마로 이해해서 들어주고 다시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아이가 분별할만한 소리 한마디를 내기까지는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언어입력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스라엘 아이들은 그런 점에서 외국어인 영어를 익히기에 우리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모국어인 히브리어와 제1외국어인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히브리어와 영어를 섞어 듣고 TV를 통해서도 늘상 영어를 귀에 익히게 된다. 이 때문인지 이스라엘에서는 따로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우리도 좀더 효과적인 외국어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어설픈 말하기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많은 것을 들려주고 말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데서부터 출발을 해야한다.
서울의 영어학원에서 3, 4세짜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캐나다인 강사가 얼마전에 내게 한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나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함께 놀아줍니다. 삶속에서 언어를 익혀야 완전한 자기 언어가 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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