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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일본 떠오르는 중국/한·중·일 바둑 삼국지 형세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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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일본 떠오르는 중국/한·중·일 바둑 삼국지 형세비교

입력
199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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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3인방 주축 10년간 ‘전성기 예고’­한/세계대회서 3년간 한번도 우승 못해­일/창하오 등 걸출한 신예 잇단 등장 위협­중한국바둑의 세계 지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간은 무난하다고 낙관한다. 이는 국내 바둑계의 현황도 그렇지만 이웃 일본과 중국 바둑계를 비교해 살펴보면 별 무리없는 결론으로 다가온다.

우선 한국은 조치훈 이창호 유창혁 9단 등 「3인방」의 기재가 워낙 빼어나 이들을 대적할 고수가 일본이나 중국에는 없으며 특히 이·유 9단은 아직 젊어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또 3인방의 뒤를 이을 신예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고 LG배와 삼성화재배 등 대형 국제기전이 잇따라 창설되는 등 재계의 지원도 한·중·일 3국중 가장 활발하다. 무엇보다 잇단 스타탄생으로 고조된 바둑열기가 한국바둑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장수영 9단은 『앞으로 5년, 길어야 10년이라고들 하지만 신예들의 성장세를 볼 때 10년후 한국바둑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바둑은 이제부터』라는 견해를 보였다.

조금 각도를 달리한 비관론도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다 그이후 쇠퇴길을 걸은 일본 바둑의 예로 보아 한국 바둑도 곧 쇠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더욱이 개인의 기호와 관심이 다양해지는 후기산업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장시간 궁리를 거듭하는 바둑에 흥미를 갖기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일본 중국 바둑계의 실정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비관론은 많이 희석된다. 「일본 바둑은 하오 4시」라는 말이 최근 일본에서 유행했다. 일본 기사는 지난 3년간 각종 세계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6월 LG배 세계기왕전에는 당시 7대 타이틀 보유자를 비롯한 일본 고수들이 총출동했으나 고바야시 사토루(소림각) 9단만이 8강에 진출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 바둑의 부진은 무엇보다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젊은 스타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 「제한시간이 8시간이나 되는 긴바둑에 길들여져 짧은 바둑인 국제기전에 약하다」 「승부보다 예도를 지향한다」 「다양한 오락과 도박이 허용돼 젊은층이 바둑을 외면한다」는 등의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똑같이 긴시간을 투입하는 「노인들의 게임」인 장기에서 지난해 하부 요시하루(우생선치)가 7대 타이틀을 모두 휩쓸자 거센 장기바람이 일었던 것이 뚜렷한 반증이다.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 9단이 그나마 젊은 바둑스타이나 그도 이미 30세다. 한편으로 깨끗한 외모와 25세의 젊은 나이 등이 모두 스타감인 류시훈 7단이 있지만 한국출신이라는 점에서 바둑열풍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이 황혼이라면 중국은 동트는 새벽이다. 그러나 아직은 중천에 떠 오른 한국을 넘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바둑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국제대회 상금 대부분이 국가에 헌납돼 기사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프로기사의 점수제를 도입, 프로기사의 수입을 보장하고 국제기전의 호성적을 독려하고 있으나 「자유로운 발상」이 프로기사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12억의 인구를 배경으로 최근 걸출한 신예기사들이 잇따르고 있어 한국바둑에 최대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효춘(마샤오춘) 9단에 이어 중국바둑을 지고 갈 재목감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의 이창호」 상호(창하오) 7단,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주학양(저우하양) 6단과 왕뢰(왕레이) 6단, 정위(딩웨이) 4단 등 해마다 다른 얼굴의 신예들이 잇따르고 있다.<황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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