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자 명의 거액예치 개설/도장·비밀번호도 함께 전달금융실명제 실시 후 뇌물을 통장으로 주고 받는다는 항간의 소문이 손홍균 서울은행장(60) 비리수사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손행장의 뇌물 수수방법은 30여년간 은행인으로 종사해온 전문가답게 일반인의 상식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검찰수사결과 손행장이 거래업체인 국제밸브공업 박현수 회장(53)으로부터 받은 대출사례비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네 번에 걸쳐 1억원. 손행장과 박회장은 처음 10만원권 수표로 4천만원의 사례비를 주고 받았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은행내 집무실과 승용차 안이 뇌물전달장소로 이용됐다. 그러나 10만원권 수표는 자금추적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세번째 커미션이 전달될 때부터 안전한 「뇌물통장」이 이용됐다. 박회장은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서울은행장실로 찾아가 1천만원이 예치된 제일은행 신촌지점 통장을 건넸다. 통장명의자는 「박현수」였으며 「박현수」의 도장 비밀번호도 함께 전달됐다.
손행장은 이 통장에 앞서 받은 수표 4천만원을 입금했다가 전액 현금으로 인출, 검은 돈을 세탁했다. 두 달 뒤인 11월에는 더 큰 뭉칫돈이 입금된 「뇌물통장」이 건네졌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박회장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잡고 1백24억원을 지급보증해준데 대한 사례비 5천만원이었다. 이 때는 손행장의 입출금편의까지 고려, 서울은행 망원동지점에 개설된 통장에 입금됐다.
손행장은 검찰조사과정에서 이 돈을 나중에 박회장에게 돌려주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박회장이 운영하던 국제밸브공업, 국제철강과 박회장의 부인이 대표인 현창산업이 3월말에 부도나 자금인출이 정지된 상태였다.
검찰관계자들은 『뇌물통장은 받은 사람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고 눈에 띄지 않아 실명제 이후 새로운 뇌물수법으로 활용되는 것같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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