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기강확립 지시 순간에도/꼬리물고 터지는 일 공직비리『정말 화가 난다』
잇달아 터지고 있는 일본의 관료비리에 대해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한 말이다.
이즈이 석유상회 스캔들에 통산성, 대장성 등의 관료들이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후생성의 오카미쓰 노부하루(강광서치) 사무차관도 복지법인으로부터 고액의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은 사건으로 경질됐다.
특히 오카미쓰 전 차관은 맨션 구입자금 6,000만엔(약 4억5,000만원), 1,600만엔짜리 골프회원권, 고급승용차 등을 뇌물로 받고 고급요정에서의 승진축하파티에다 해외여행비용까지 업자에게 부담시켜 관료비리의 전형적인 표본임을 보여주었다.
하시모토 총리는 21일 이례적으로 차관회의에 참석, 격노한 표정과 목소리로 『철저한 공무원 기강확립』을 지시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거리에 나온 신문 석간에는 하시모토 총리 등 의원 19명도 문제의 복지법인과 관계있는 정치단체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폭로 기사가 터져나왔다.
총리는 『단체와 복지법인은 직접 관계가 없고 정치자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받은 헌금』이라고 해명했지만 체면을 구긴 것임에는 틀림없다. 금품을 받은 관료는 물러났지만 정치인은 「적법한 헌금」이란 말 한마디로 빠져나가는 풍토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관료들이 당하지만 않고 반격에 나서는 점이 다르다.
공무원감축, 정부조직개편 등 행정개혁을 앞두고 각종 비리를 빌미로 관료사회의 입을 봉하려는 정치권에 맞서 관료집단이 정치인들의 약점을 속속들이 파악, 이를 반격의 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감독 기능을 독립시키려는 개혁안에 반발, 대장성이 특정업계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의원(통칭 족의원)들에게 반박문서를 돌리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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