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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걸음 내딛는 APEC(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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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걸음 내딛는 APEC(사설)

입력
199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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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지역주의와 역내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 실현을 표방하고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96필리핀회의가 22일 18개 회원국 각료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95년 오사카 정상회의가 도입한 「자유화 행동지침」에 따른 「자유화 실행계획」(Action Plan)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금년은 특히 각국이 제출한 실행계획을 확정,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정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APEC회의의 본격적인 가동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한국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다자간 국제기구에 거는 우리의 기대 또한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수치상으로도 이같은 사실이 증명되고 남음이 있다.

한국은 작년도 이 지역에서 수출의 경우 전체의 69.7%에 해당하는 670억달러를 달성했다. 수입도 68.6%나 되는 약 700억달러를 기록했을 정도로 우리에겐 사활이 걸린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이 기구가 성취하고자 하는 주요목표인 무역 투자 자유화의 핵심기관인 무역투자위원회(CTI)의 초대의장국으로서 그 지도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APEC에서의 우리 위상은 앞으로도 정부의 통상외교활동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신장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예컨대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역내의 선진―개도국간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이들 국가들이 마찰을 일으킬 때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대외 지향적 성장과정에서 축적된 소중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급속한 개방화 자유화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가급적 빠른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이러한 시장개방 압력을 전혀 경험한 바 없는 아세안국가들 사이에서 예상되는 대립을 완화 완충하는 훌륭한 조정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이 회의가 역내의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라는 점이다. 24일 개최되는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비롯, 한일 한중 등 개별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현지에서도 이들 정상회담 때문에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외교」의 각축무대가 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두말 할 필요없이 잠수함 침투사건의 수습방향을 둘러싸고 틈새를 보이고 있는 한미간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잠수함 문제는 비단 미국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 중국 등 역내의 여러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해서도 이 사건에 대한 분명한 공통의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잠수함침투의 직접 피해자는 한국이다. 피해자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대통령의 외교력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우리가 잠수함사태의 너무나 명백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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