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96 한국보고서를 통해 물가를 우려하면서 긴축을 강조한 것은 귀담아 들을 만한 충고다. 물가에 대한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지만 밖에서 이런 경고가 들어온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IMF는 회원국들과 세계경제에 대해 항상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 분석을 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그 지적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IMF는 한국정부가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조정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상수지 적자의 급격한 축소가 물가안정과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침 10% 경쟁력향상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통령이 내년의 경상수지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직접 강력한 지시를 했기 때문에 급격하고도 무리한 적자축소가 시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로 IMF가 지적하고 있는 위험한 방향이다.
경고와 함께 IMF가 대안으로 제시한 재정 및 통화긴축도 우리는 지금 반대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팽창예산은 국내에서도 비판과 반대가 많았지만 정부가 고집을 꺾지 않고 있고 통화도 지준율인하와 현금차관의 대거 허용으로 긴축과는 거리가 먼 쪽으로 나가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는 물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여러번 강조해온 바 있지만 IMF의 경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의 물가 환경은 너무나 좋지 않다. 수많은 잠복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환율이다. 에너지와 식량과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개방에 따라 각종 수입이 폭증하고 있는 형편에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둘째는 SOC사업과 10% 경쟁력향상 대책에 따라 상업차관이 대거 도입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통화인플레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심상찮은 부동산 동향이다. 10년주기설과 대규모 재개발사업, 월드컵과 ASEM준비, 동시다발적인 SOC사업 등에다 한차례 겪은 전세파동으로 인플레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넷째, 정부가 각종 에너지 가격과 공공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의 기폭제가 될 위험성이 있다. 다섯째 내년은 대선의 해로 전반적인 경제사회 분위기가 물가안정에 해로울 수 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한다면 내년의 물가는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물가가 불안하면 성장도 국제수지개선도 다 물거품이다. 정치 사회적인 불안까지 덩달아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IMF의 충고도 물가를 희생해서 경상적자를 해결할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의 경제환경을 물가 중심으로 세밀히 검토해 신중히 대처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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