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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재즈 전도사(NC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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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재즈 전도사(NC가 만난 사람)

입력
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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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방송·강의·레슨·뮤지컬…/병 날만큼 바쁘지만 ‘내 음악 이기에’웃음기 머금은 둥근 동안, 수줍은 듯 조용한 말투….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은 90년대 한국을 휩쓴 재즈 바람이 낳은 최대의 「스타」다. 재즈 프로의 진행자이기도 한 그에게는 연예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어떻게 「스타 노릇」을 했나 생각하면 그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과로에 피로가 겹쳤다. 피로에다 귀가 울리는 이명증의 협공을 받아 일곱달을 쉬어야만 했던 그가 10월 마지막 주부터 TV(MBC 일요예술무대)로 돌아왔다.

한국 땅에서 재즈를 드러내 놓고 말하기가 조금은 「튀어」 보였던 93년, 그는 한국의 첫 TV 재즈프로인 MBC 「일요예술무대」의 전령사로 부지런히 뛰었다. 방송일 만이 아니다. 서울예전 실용음악과 강의, 개인 레슨, 영화음악에서 지난해에는 김민기의 뮤지컬 「개똥이」의 음악까지, 엄청난 수요에 답해야 했다. 꼬박 3년을 그러다 보니 먼저 몸이 못살겠다고 하소연해 왔다.

요즘이야 재즈 공연이 다반사지만, 진행을 맡을 당시에는 새 것들만 보여 줘야한다는 요청도 그를 강박했다. 섭외하다 안 되면, 직접 편곡에 매달려야 했다. 방송일을 하면서 그는 TV라는 매체의 냉정한 현실과도 맞닥뜨리게 됐다. 재즈의 생명은 즉흥에 있다. 즉흥의 열기는 올라가는데, 제작진의 『한 번만 다시 하죠』라는 주문은 찬물 그 자체였다. 『「비디오」가 안 된다』는 것이다. 라디오쪽이 자신과 훨씬 맞다. 1년 째 해 오고 있는 KBS 제1 FM 「저녁의 클래식」중 「금요재즈」 코너는 진짜 자기 작품 같다. 제작진의 기본적 주문 외에는, 진행은 물론 선곡도 직접 한다.

팝이건 록이건 클래식이건 가리지 않았던 그는 AFKN의 어느 배경음악에 반했다. 알고 보니 재즈였다. 79년 대학에 가서 재즈를 향한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감」에 의지해 멋대로 따라하던 재즈라는 음악이 어느날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였다. 아니, 몹시 어려웠다. 그것은 즉흥(improvisation) 부분이었다. 바로 그것이 재즈의 생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도통 길이 보이지 않았다. 미국 가서 부딪쳐 보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닿은 그는 86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재즈의 산실인 버클리음악원에서 공부하며 그는 진짜 재즈에 부딪쳐, 열망하던 재즈의 현실과 진실을 체득했다.

TV에 돌아 온 그가 꼭 하고싶은 일이 있다. 음반 작업, 그리고 공연. 90년의 1집 「지구에서 온 편지」는 가벼운 재즈 터치로 「한국 연주판도 팔린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트리오 리더로서의 실력은 그렇게 입증됐다. 앞으로의 음반 작업은 지금껏 보여 준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정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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