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 주최국 필리핀이 「보안비상」에 걸렸다. 필리핀 좌익단체들의 주도아래 노동자 학생 농민단체들이 APEC 저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연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달부터 본격화한 반APEC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들은 극좌계열의 산라카스, 신애국동맹(BAYAN), 마닐라 인민포럼(MPFA), CODE-NGO 등 4개의 반정부 세력이다. 이들 단체는 APEC을 「미·일 제국주의의 아시아 지배를 확고히 하는 무대」로 규정하며 『APEC이 추구하는 무역·투자 자유화는 선·후진국간 경제 불평등 구도를 더욱 고착시킬 것』이라고 선동해왔다.
특히 산라카스 그룹은 지도자 필레몬 라그만이 지난주 경찰에 체포되면서 한층 과격한 투쟁을 벌여왔다. 15일 노동자와 학생 500여명이 참가한 데모 등 이달들어 연이어 계속된 반 APEC 시위를 주도해 온 것도 이 단체다. 이와함께 일부 과격분자들이 APEC회의 기간중 피델 라모스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필리핀 정국은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라모스 대통령도 그간 이들 좌익 단체의 준동에 전전긍긍해왔다. 18일 극좌단체의 주모자급 행동요원 19명을 검거한 필리핀정부는 19일 파키스탄인 4명이 APEC회의 기간중 테러를 획책했다면서 체포령을 내렸다. 심지어 필리핀 정부는 올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 조세 라모스 오르타도 반정부단체 MPFA가 초청했다는 이유로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할 정도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APEC회의 기간중 필리핀을 방문하는 외국 인사는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17개국 정상을 포함, 각국 정부 관리와 취재진 등 총 6,000여명 가량. 필리핀 당국은 회의기간중 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만7,000명의 군·경 병력과 공격용 헬기 및 탱크등으로 중무장한 특공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필리핀정부가 좌익단체의 거센 반발속에 이번 APEC을 과연 무사히 치러 낼 수 있을 지 국제사회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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