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춤’ 등 20∼30분짜리 대곡/선율·리듬 변화로 색다른 감흥공연은 아티스트와 일반 대중의 가장 예리한 접점이다. 그 현장, 무대에는 현장만의 영기(aura)가 있다. 음반도, 첨단 영상물도, 인터넷도 그것을 모방·재생산 해 낼 수 없다.
이 첨단 멀티미디어의 시대에도 공연이라는 낡아빠진 형식이 정당할 수 있는 이유다. 20일 하오 7시30분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1시간 40여분 동안 벌어졌던 허비 행콕의 첫 내한 공연이 새삼 확인시켜준 귀중한 사실이다.
60년대 후반 전혀 새로운 리듬과 밥(bop)으로 재즈에 신풍을 불어 넣은 이래 한국에도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행콕이 이곳에 처음 왔다. 신작 「뉴 스탠더드」 발표 이후 첫 해외 순회 공연길이기도 하다.
피아노, 색소폰(테너·소프라노), 베이스, 드럼으로 편성된 행콕 콰르텟과 공연장을 가득 메운 4,000 관객은 행콕이 말하는 새 시대의 표준(New Standard)을 두고 조우했다. 앵콜 1곡까지, 모두 5곡이 연주됐다.
『한국서의 첫 공연이 기쁘다』며 행콕이 말문을 연 뒤, 테너 색소폰, 베이스, 드럼 순으로 멤버들을 소개했다.
첫 곡은 비틀즈의 존 레넌이 솔로로 작곡한 발라드 「노르웨이의 숲」. 행콕은 새 곡을 연주할 때마다 곡 제목 등을 직접 간략히 소개했다. 이어 「돌고래 춤(Dolphin Dance)」, 「캔털루프 섬」 등 자신의 잘 알려진 곡들이나 가수 스티비 원더의 히트 팝송이 연주됐다. 그러나 60, 70년대에 처음 소개되던 대로가 아니었다.
「재즈적 변형」이란 어떤 것인가가 실증되는 현장이었다. 잘 알려진 주제가 선율적으로, 또 리듬적으로 얼마나 변형돼 전혀 새롭게 살아 날 수 있는 지가.
모두 각각 20∼30분이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그날 우리 재즈 팬들은 즐기고 있었다. 유명 아티스트가 왔다는 명분 때문이 아니라, 「재즈를 재즈답게」 즐겼다. 대곡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앵콜을 마치고도 5분 동안은 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잠시 뒤 무대에 모두 다시 나와 손을 흔드는 행콕네들의 흡족한 표정을 객석은 읽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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