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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주연 ‘시티홀’/선·악 뒤엉킨 정치판(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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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주연 ‘시티홀’/선·악 뒤엉킨 정치판(영화읽기)

입력
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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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보스’의 초상/갱과 마약,뇌물의 복마전 뉴욕/의리냐 타협이냐,시장의 선택은…「남성적 힘」이 그를 미국영화 한가운데 당당히 서있게 한다. 성마른 로버트 데니로나 강인한 정의파 존 웨인과 다르다. 포카페이스 뒤에 감춰진 고뇌와 열정, 의자 깊숙히 파묻힌 채 절망을 응시하는 눈에서 미국인들은 이제는 사라진 진정한 보스의 모습을 느끼는지 모른다.

「시티 홀」(감독 해롤드 배커)의 뉴욕시장 존 파파스가 된 알 파치노는 여전히 대부이다. 마피아 보스 자피티의 조카 폴과 형사의 총격전은 마약범인 폴에게 내려진 관대한 보호관찰처분의 문제를 제기한다. 시장의 특별보좌관 칼훈(존 쿠삭)이 진상을 파헤치고, 그 화살이 결국 자신을 향하리란 사실을 알지만 그 대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총격전에서 사망한 흑인소년의 유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장례식에서 격정적인 연설로 「시장으로서의 책임」과 「차기 대통령 후보 진출」이란 두마리 토끼를 노린다. 250억 달러의 부채를 안은 뉴욕시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자파티와 손잡은 민주당 지도자 안셀모를 은근히 협박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그에게는 두가지 원칙이 있다. 타협과 의리이다. 타협이 야망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면, 틈만 나면 아들처럼 대하는 칼훈에게 『맨쉬카이트』(유태어로 「사나이의 우정」이란 뜻)라고 강조하는 의리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 의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마피아의 뇌물을 받고 관대한 처분을 내린 절친한 친구인 대법관 스턴과 망설이는 그에게 전화로 한번 눈감아 주라고 부탁한 존 파파스는 자리를 잃게되고, 안젤모는 자살한다.

존 파파스는 실수를 인정하라는 칼훈에게 『사나이간의 우정을 괴롭히지 말라.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거래를 한다. 한두번 선이 지워지고 황색신호 등에 질주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인간세상은 흑과 백(선과 악)만은 아니다. 「복잡한 회색」이 있고 자신도 거기에 속한다고 믿는다. 정도는 다르지만 인간은 모두 그가 말하는 「회색인」인 지 모른다. 때문에 칼훈도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이들을 쉽게 비난하지 못한다. 운만 따라 주면 야심을 채울 수 있는 뉴욕시청. 부정과 부패가 얽힌 그 복마전 속에서 알 파치노와 존 쿠삭은 세상을 읽었다. 그렇다고 그에게 동조할 필요는 없다. 「시티 홀」에는 이해하고 넘기기 보다는, 우리 현실에서 잊지말고 고쳐야 할 많은 부분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양윤모(영화평론가)­부패의 고리. 영화를 보면 우리사회도 보인다(★★★)

이용관( 〃 ·중앙대 교수)­뉴욕적인 복고풍의 영화(★★☆)<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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