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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입으로 금융시장 ‘태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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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입으로 금융시장 ‘태풍전야’

입력
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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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금융전쟁 ‘카운트다운’/‘사이버뱅크’ 본격화/업무영역 파괴 시간문제/초대형은행 등장도 필연적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은 우리 경제수준을 한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여과없이 시험받게될 시련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우리의 OECD 가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개방을 집중적으로 요구, 국내 금융시장은 몇년내 일체의 보호막이 없어지게 됐다. 그러나 국내 금융사들은 관치금융의 굴레를 벗지못해 자체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어서 경쟁력강화를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개방시대를 맞는 국내 금융권의 대응전략을 은행권(10면)과 보험 증권 투신 신용금고 종금등 제2금융권(11면)별로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설립으로 근대적 금융업이 태동한지 100년만에 국내 금융업계는 현대 금융사에 획을 그을 혁명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이끌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금융업에도 큰 파장을 미쳐 전통적인 화폐의 모습과 금융업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국경없는 금융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전자기술력에 힘입어 이미 전체 은행결제중 절반이상이 전자결제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98년엔 지폐와 동전형태의 화폐를 대체할 전자화폐가 도입될 예정이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현금없이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현금을 찾거나 빌리기위해 금융기관 창구에 갈 필요가 없어지게되는 것이다. 돈은 전파형태(디지틀캐쉬 또는 사이버캐쉬)로만 존재할 뿐이다. 전자금융시대를 맞아 은행원이 없이 예금 대출 대금결제 등 모든 은행업무가 이뤄지는 사이버점포가 국내에도 비록 시험적 단계지만 도입되기 시작했고 아예 점포조차없이 컴퓨터통신망에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사이버뱅크」 「버추얼뱅크」도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인건비 지출이 큰 국내 금융사들로선 「사이버금융시대」에 적응하지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OECD 가입으로 금융시장의 빗장이 열리면서 국내 금융업은 순식간에 엄청난 변화의 태풍을 맞게 됐다. 관치금융의 규제와 보호막에 안주해왔던 국내 금융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98년이면 은행 증권업에 대한 외국인의 단독(100%) 투자가 가능해지고 내년에는 외국계 손해보험사, 신용카드, 할부금융사에 문호가 열릴 예정이어서 한 수위의 선진국 금융업체들과의 한판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국내 금융업체들은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업무의 영역파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은행은 은행업무만, 보험은 보험업무만 해야했던 칸막이식 업무형태에 젖어있는 반면 선진국 금융업체들은 업종간의 벽을 허문 겸업주의 체질을 강화하고 첨단금융기법과 상품으로 무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컴퓨터업체가 전자네트워크를 통한 금융업 진출을 선언하고 슈퍼마켓체인도 금융업무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않고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모아 계열사에게 빌려주는 식의 직접금융과 외국 금융업에 진출, 국내에 진출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금융업 신규진출의 길이 막혀있는 대우그룹만해도 해외에서 은행 증권업에 진출해 있어 시장개방과 함께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유 하나은행전무는 『이미 국내 대기업들도 준금융업을 영위하고 있어 대기업집단에 대한 금융업 진출규제도 조만간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금융업체들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적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업계에는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초대형은행이 탄생하고 「억대 금융샐러리맨」이 속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현 한미은행이사는 『현재 국내 은행의 규모와 생산성으론 외국은행과 경쟁하기 힘들다』며 『기존 은행의 합병을 통한 초대형은행의 등장이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

◎국내은행 규모 ‘구멍가게 수준’/1인당 순이익도 국내진출 외국은행의 10분의 1

국내은행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금융시장이 대폭 개방될 경우 외국금융기관들이 국내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여 국내은행의 경쟁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원 1인당 750만원의 순이익을 낸데 비해 미국 5대 은행의 은행원들은 1인당 3,070만원(우리의 4.1배), 일본 5대 은행의 은행원들은 2,520만원(3.36배)의 순이익을 남겼다.

특히 국내진출 외국은행 지점들은 은행원 1인당 8,800만원의 순이익을 남겨 국내 은행의 10배의 생산성을 나타냈다.

국내 은행들은 생산성에서 뿐만아니라 수익성면에서도 크게 열세다. 국내 7대 시중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신한은행)의 경우 1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자, 395만원의 이익을 남긴 반면 영국의 7대 시중은행은 1억원당 3,210만원(우리의 8.1배), 미국은 2,270만원, 독일은 1,22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국내 7대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이익률은 3.95%에 불과한 반면 영국은 32.1%, 미국은 22.7%, 독일은 12.2%에 달했다.

국내 은행은 규모면에서도 선진국 은행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1,000위안에 들어가는 은행수가 우리의 경우 30개인 반면 미국은 156개, 일본은 119개, 독일은 82개에 달했다.

국내 시중은행중 자기자본규모가 가장 큰 한일은행(28억달러)이 세계 128위로 세계 1위인 홍콩상하이은행(HSBC, 214억달러)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 7대 시중은행의 자기자본 합계액(159억달러)이 홍콩상하이은행의 74% 밖에 되지않는다.

◎인터뷰/나응찬 신한은행장/“시장개방은 새로운 기회/인재양성에 성패 달려”

신한은행이 질주하고 있다. 목표는 2000년 국내 3위 은행, 2005년엔 국내 1위 은행, 2010년 세계 50대 은행 진입. 국내은행 가운데 최근 2년 연속 최고의 수익을 올려 수위자리를 달리고 있는 신한은행은 본격적인 금융시장개방시대를 맞아 경쟁력강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응찬 행장(58)은 『금융시장개방을 위기로 받아들일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신한은행은 「인재를 중시하는 은행」 「최고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갖춘 은행」 「미래형 첨단은행」이라는 21세기 대응전략으로 정면승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행장은 『경영전략의 성패여부는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며 『2000년대초까지 첨단금융업무를 담당할 인재육성에 500억원을 투자, 내년부터 행내에 경영대학원을 설립하고 직원들의 해외연수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직까지 국내 은행권에 도입되지 않고 있는 능력급제도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에 앞서 올해부터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직원을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은행권에서 발탁인사를 제도화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4급 여성대리를 지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몇해전만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나행장은 『외국 은행과 맞서싸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과정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능력에 걸맞는 처우가 필요하다』며 『신한은행이 직원수나 은행규모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2년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비결은 직원들이 은행권의 최고 대우를 받는 만큼 2∼3배의 몫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군살없는 소수정예로 짜여진 조직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게 나행장의 경영전략이다. 그러나 나행장은 은행의 경영전략은 효율적인 조직운영, 치열한 능력개발에 못지않게 행원들의 올바른 품성·자질 함양과 팀웍을 바탕으로 세워야한다고 강조한다.

나행장은 21세기 금융산업의 승부처는 어느 은행이 전자금융시대에 앞서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신한은행은 이에따라 PC뱅킹 폰뱅킹 무인점포 등 미래형 금융서비스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을 비롯한 보험 종합금융 리스 등 신한금융그룹내 계열사를 이용한 고객들이 한 곳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복합금융플라자를 건립할 계획이다.

나행장은 『최근 논의가 한창인 은행권의 합병문제도 맹목적인 덩치키우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며 『누구와 합병하느냐보다 우선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실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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