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낱 낡은 유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는 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역사를 알면 현재와 미래가 보인다.KBS 1TV 「역사추리」(화 하오 10시15분)는 새삼스럽게 역사를 「바로」 알자고 얘기한다. 우두커니 서있는 건축물, 한 쪽만 보고 시대를 기록한 문서들이 남기지 못한 귀중한 사실이나 잘못 본 것들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꼭 묻혀있는, 그래서 아무도 몰랐던 사실들을 찾아낼 필요는 없다. 불완전한 역사 속을 기행하면서 「역사추리」는 때론 빈 손으로 돌아온다. 그럴 때는 마치 소설같은 추리를 통해 새로운 역사관을 가져보자고 한다.
「역사추리」는 긍정적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사랑이 강하다. 조선이 나태하고 싸움질이나 일삼은 형편없는 왕조라면 어떻게 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역사추리」는 거기엔 반드시 그만한 힘과 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주대첩, 치마의 승리」에서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앞선 조선의 뛰어난 무기제조 기술을 찾아봤고, 「임금 만들기」에서 왕이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했는지 증명하려 애썼다. 왕비 간택의 조건, 절차, 궁중생활, 정치참여에 초점을 맞춘「왕비를 알면 조선이 보인다」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역사추리」는 시청자들에게 두가지 질문을 한다.
『조선의 왕비는 엄격한 교육을 받았고 검소했으며, 정순왕후처럼 정치참여(수렴청정)와 물러남의 법도도 잘 지켰다. 그런데 우리는 왕비하면 암투, 외척 끌어들이기의 상징으로 알고있다. 드라마와 야사가 역사를 비뚤어지게 보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부분의 왕들은 고달프게 학문에 힘썼다. 궁녀들 치마폭에 싸여 향락의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다. 그들은 늘 경서를 탐독하고 토론에 열중했다. 지금의 위정자들은 어떤가』
「역사추리」는 아무리 유익해도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가 외면한다는 사실을 안다. 드라마식 재현, 리포터의 등장, 다양한 시청각 자료의 적절한 혼합과 유인촌의 표정있는 진행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프로의 가장 큰 재미와 무기는 참신한 시각과 소재의 선택일 것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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