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어. 이 자리가 누구를 위한 자리야』 지팡이를 짚은 40대 중반 남자의 호통에 전동차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노약자 장애인석 6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이들이 놀란 토끼처럼 벌떡 일어섰다. 더러는 멋적은 듯 옆칸으로 피신했다.나이가 든 승객들의 얼굴에 고소해 하는 미소가 번졌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40대는 목청을 계속 돋우다 저만치 서있던 70대 할머니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오죽 피곤했으면 그랬겠느냐. 너무 몰아 세우지 말라』며 앉지 않았다. 40대가 발끈했다. 『당신같은 사람이 있으니 젊은 것들이 버릇이 없어』 예의를 들어 젊은이들을 혼내던 그에게서 예의는 온데간데 없다. 승객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요즘 우리사회가 이 꼴이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 구속에 이은 이성호 복지부장관의 경질, 의사들의 집단휴업에 이르기까지 들리는 소식마다 넌덜머리를 치게 한다. 모두가 공인이요, 말하자면 「윗물」들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약분쟁에 이은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밥그릇 더 많이 차지하기 싸움이다. 어디서도 윗물다운 구석을 찾을 수가 없다.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다양한 이익을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케 해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인들과는 무관한 듯하다. 이익단체의 싸움에 정부가 추진중인 법안이 수년째 표류하는데도 의원입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터지면 아전인수격 비난전으로 반사이익 얻기에만 열중한다.
각종 목적의 폐쇄회로TV(CCTV)가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남산 1, 3호터널에는 혼잡통행료를 지불하지 않고 달아나는 승용차들을 색출하는 CCTV가 촘촘히 서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쓰레기분리배출을 어기는 주민을 적발하기 위해 주택가에 까지 설치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이다. 자유의 공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말한다. 모두가 마음에 CCTV를 설치, 제 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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