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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봄(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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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봄(지평선)

입력
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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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바티칸궁의 교황서재에 70세의 노공산주의혁명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이 감색양복에 점박이 빨간 넥타이를 맨 말쑥한 차림으로 들어서 올해 73세인 요한 바오로 2세의 손을 잡았다. 지난 59년 혁명으로 쿠바공산정부를 세운 이래 가톨릭신부들을 추방한 혁명가 카스트로가 37년만에 가톨릭과 화해하는 순간이었다.카스트로는 교황에게 97년 쿠바를 방문해 줄 것을 제의했고, 교황은 쿠바 어느곳을 가든 아무런 제한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수락했다. 쿠바는 라틴 아메리카국중 교황이 가보지 못한 유일한 나라다.

20세기 슈퍼 액터(Super Actor)라고 불리는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동안 공산주의를 변화시키는 사도역을 해왔다. 그가 폴란드를 방문하면 폴란드에 자유가 들어갔고 체코를 방문하면 체코에 자유의 거센 바람이 일어났었다. 소련제국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9년 12월에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바로 카스트로가 앉은 그 교황서재 자리에 바오로 2세와 마주 앉아 자유얘기를 했었다.

카스트로는 아직도 좌파들에게는 혁명의 영웅으로 칭송되고 있다. 그는 『들어라, 양키들아』를 외치며 쿠바 청년들을 선동해 바티스타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정부를 세운 뒤 1960년에는 당시 미 중앙정보국이 침투시킨 침공군을 일격에 물리쳐 케네디 행정부를 당황케 했었다. 그는 플로리다주에서 100㎞밖에 안 떨어져 있는 쿠바를 지난 40년간 미국영향력으로부터 지키는데 성공해 왔다.

그러나 세계공산주의는 이미 죽었고 쿠바는 너무 가난해져 결국 뭔가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서게 됐다. 만일 내년 교황방문으로 쿠바에 종교자유가 회복되고 대신 미국의 대쿠바 경제제재조처가 풀려 점진적인 자유시장경제가 들어설 수 있다면 이번 두 노인의 만남은 다시 한번 세기적 만남으로 기록될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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