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해안가서 10년만에 출현/인간의 무지·잔인함에 처참히 숨져국내에서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이 인간의 발길질에 숨졌다. 86년 10월28일 서울 한강변 동호대교 부근에서 차에 치여 숨진채 발견된 후 10년만에 수달은 「인간과의 공생」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보여주었다.
19일 하오 3시30분께 강원 고성군 해안에서 육지에 오르다 주민들에게 발견돼 발로 차이고 짓밟히는 수달을 한 시민이 목격, 한국동물구조협회(회장 조용진)에 신고했다. 밤 11시께 구조단이 도착했을 때 수달은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서울로 후송도중 탈진상태까지 겹쳐 동공이 벌어지자 구조팀은 영양제를 투여하며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20일 새벽 2시께 수달은 끝내 숨졌다.
동물구조팀장 김주희씨(24)는 『앞다리가 골절되고 얼마나 발길질을 당했는지 장파열을 일으켜 숨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많은 동물을 구호해봤지만 이렇게 처참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인간의 잔인함과 무지에 절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죽은 수달은 몸무게 2.5㎏에 길이 80㎝로 성장한 수달의 몸무게 5∼17㎏을 감안하면 아직도 새끼인 상태였다.
환경전문가들은 『밤에만 물고기를 잡아먹는 야행동물인데 해안오염 등 생태계 교란으로 습성이 바뀌어 참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20여년새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 근친교배에 의한 유전자 열성화로 절종위기라고 말했다. 족제비과의 수달은 전세계에 19종이 분포돼 있으나 자이언트, 카메룬, 남미수달 등 5종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수달의 학명은 「루트라 루트라 루트」. 부산에서 평북까지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으나 71년이후 4차례 발견됐을 뿐이다. 정력에 좋다고, 모피목도리를 만든다고 남획했기 때문이다.
댐 설치와 환경오염으로 서식지를 잃고 쫓기던 수달은 이제 죽어갈 때의 고통스러운 모습 그대로 박제가 되어 인간의 잔인함을 고발하게 됐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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