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원인은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의 불균형 때문이다. 비만의 발생과 진행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뇌속의 시상하부에는 체중의 증가와 감소를 조절하는 조절장치가 들어 있다. 시상하부에서 몸안의 여러가지 정보를 받아 신체의 지방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만약 시상하부에 고장이 나거나, 각종 신체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몸안에 지방이 많이 쌓여도 이를 감지하지 못해 계속 먹게된다. 머리를 다치거나 머리속에 이상이 있을 때 비만이 생기는 것은 시상하부의 고장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의 원인이 이처럼 분명히 확인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비만은 체지방 양에 관한 정보 전달 경로에 문제가 있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대한 연구과정에서 알려진 게 바로 비만유전자이다.
프리드만이란 학자는 94년 비만한 생쥐에서 「ob유전자」를 발견, 이를 비만유전자로 명명했다. 그는 또 혈액속에서 ob유전자가 만드는 「렙틴」이란 단백질을 밝혀냈다. 비만한 생쥐는 ob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며, 이런 생쥐에 렙틴을 투여하면 체중이 감소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떨어지며 증가했던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단 정상 체중이 되면 더 이상 체중이 줄지 않고 일정량의 음식을 섭취하며 정상 대사상태를 유지했다.
렙틴의 체중조절 효과는 과식이나 지방을 많이 먹어 발생한 쥐의 비만에서도 나타났다. 그후 렙틴이 지방조직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음식을 먹고나서 지방조직이 많아지면 렙틴이 생성되며 이 정보가 시상하부에 전달돼 체지방의 증가를 억제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렙틴은 이처럼 비만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생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므로 가장 효과적인 비만치료제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ob유전자의 이상이 비만을 일으키는 직접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비만에서는 ob유전자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쥐에서 ob유전자가 밝혀진 후 비만의 발생과 관련된 다른 유전자를 찾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사람에서도 비만유전자가 발견되면 치료가 불가능한 심각한 비만상태가 되기 전에 조기진단과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다.<김영설 경희대 의대 교수·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과장>김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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