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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 소비자가격의 파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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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 소비자가격의 파괴(사설)

입력
1996.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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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물가체계는 비합리적이다. 유통체계가 전근대적인 것도 원인이지만 바가지 씌우기 등의 오랜 전근대적 상거래관행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이 물가체계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지금처럼 소비자가격이 일반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없이 제조업자나 유통업자에 의해 계속 임의대로 결정돼 간다면 소비자보호에 역행하고 경제안정도 저해하는 것이다.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국내의 유수한 화장품 회사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실제의 소비자판매가격보다 40∼150%까지 높게 표시하고 있는 것을 적발, 시정조치를 내린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화장품의 경우 제조업자가 권장소비자가격을 실제 소비자판매가격보다 출고때부터 높게 붙여 소비자에게 크게 할인하여 판매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줘 구매를 유인해 왔는데 이러한 변칙적인 위장 할인 판매관행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벌써 단속됐어야 하는 공정거래위반이다.

권장소비자가격 부착제도는 당초 중간 유통업자의 부당한 폭리를 막는 동시에 정찰제의 뿌리를 내려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확립하자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제조업자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대체로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등 악용하여 거꾸로 소비자에게 득보다는 손실을 갖다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상반기부터 화장품 회사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해 오던 것을 폐지하고 대신 최종 판매업자들이 판매 가격을 표시하는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제조업자들의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위장할인판매는 화장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의약품판매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있어 왔고 이따금 문제가 표면화 되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격결정의 임의성은 독과점가격품목을 제외하고는 이제는 법이나 행정지도 등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역시 「가격 파괴」 등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안정화를 위해서 공정거래단속을 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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