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건설교통부가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해묵은 그린벨트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역주민들의 「재산권」과 국민의 「환경권」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그린벨트 규제완화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들어본다.◎찬성입장/배병희 부산시 강서구의회 의장/집단취락 불구 개발제한은 “고통”/주거환경 개선 최소한의 배려를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부산 강서구는 면적 169.72㎢로 부산시의 22.7%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지만 71년 12월29일자로 섬과 해변,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구청소재지와 집단취락지역인 103개 자연마을(50∼1,000호)이 예외없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다른 지역들은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누리고 있는데도 강서지역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멍에를 지고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상설시장이나 백화점 슈퍼마켓 등 근린생활시설이 없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먼거리를 왕래해야 하며 목욕탕도 부족해 인근지역으로 차를 타고 가야 한다.
특히 병원 극장 예식장 은행 숙박시설 독서실 등 기본적인 복지시설조차 전혀 없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수십㎞나 떨어져 있는 타지역 병원으로 가고 있다. 학력저하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초등학교부터 도심지역으로 유학을 보내기 때문에 인구는 해마다 줄어 20개 초등학교중 4개교가 분교로 전락했다.
50세대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는 집단취락지역까지 예외없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주거환경은 60∼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편한 생활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지은지 오래된 축사나 창고 등을 개수만 해도 불법용도변경 행위로 고발당해 대부분이 전과자로 전락, 행정기관과 주민들 사이가 벌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김해국제공항 주변도 숙박시설 휴식시설 판매시설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전국의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은 산지와 외딴지역 일부 소규모 자연마을이 지정되어 있을 뿐 우리고장처럼 집단취락지역을 포함한 전지역이 획일적으로 지정돼 있는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을 위한 전국 사례발표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강서구 주민들은 강서구 전지역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이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주민들의 진정한 바람은 실생활의 불편만이라도 덜어주는 개선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대책으로 주민들이 집단거주하고 있는 자연취락(마을단위)지역은 개발제한구역지정 목적에 맞게 해제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해줘야할 것이며 개발제한구역내의 기존대지로 돼 있는 토지에는 건물의 신축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쓰레기매립장 연료단지 군특수시설 공업용 취·정수장 등 혐오공공시설이 개발제한구역내에 속속 들어서자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이 행정당국의 편의를 위한 땅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대입장/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과/공공시설이 오히려 훼손 주원인/‘보전원칙속 합리이용 방안’ 먼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자연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그린벨트는 그동안 현지주민의 생활불편과 경제적 손실의 희생 위에서 지켜져왔다.
최근 신한국당과 정부는 잇따라 당정회의를 열어 주민의 증·개축 범위확대와 공공시설 건설 허용 등 그린벨트 규제완화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생활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참아온 현지주민에 대한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린벨트의 대량 훼손은 주민의 생활불편 해소보다는 대규모 공공시설 신축에 그 원인이 있다.
5공 7년과 6공 5년동안 약 100㎢, 지난 3년간 71㎢ 등 모두 170㎢의 그린벨트가 훼손되고 말았다. 이는 서울 전체면적의 28%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다. 특히 이중 80%이상이 공공시설 신축으로 훼손됐다.
수도권은 그린벨트지정 이후 행정적으로 여러 형태의 시지역이 신설되어 현재는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마다 도시계획구역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바람에 각 도심의 녹지가 턱없이 부족, 도심 열섬화현상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정체가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린벨트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유일한 녹지대가 되고 있다. 그린벨트를 지정할 당시보다 환경오염이 더 심해지고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해져 오히려 그린벨트를 확대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정부는 그린벨트 파괴행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국·공립병원신축, 경륜장 경마장 물류센터의 신축, 전국체육대회 이상의 체육행사를 수행할 수 있는 종합체육시설의 신축 등 공공시설 허용을 잇따라 추진해왔다.
그린벨트의 81.6%는 사유지다. 정부가 그린벨트 주민에게는 희생을 강요한채 공공시설을 잇따라 신축하는 것은 지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일으켜 적대감까지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린벨트 관리도 큰 문제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지정만 했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각지에 아카시아나무들이 수백그루씩 죽어가고 있다. 귀화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다.
개인 재산행사권리까지 동결한채 지정된 그린벨트라면 현장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 자연보전대책과 합리적인 이용방안을 모색할 일이지 그린벨트 규제완화에 의한 녹지의 대량 훼손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국가가 그린벨트 보전을 위해 공공시설 신축을 자제할 때 주민도 어느 정도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게 되어 그린벨트의 지정취지가 지켜질 것이다.
◎증·개축 90평까지 상향 등 완화안 당정 추진/생활체육·의료·숙박 공공시설 허용도 확대/시행땐 “사실상 해제효과” 큰변화 초래할듯
그린벨트 규제완화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신한국당과 건설교통부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그린벨트 규제를 푸는 방안을 숙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린벨트제도는 지난 20여년동안 크고 작은 손질이 있었지만 대부분 부분적인 사안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이번에 들고나온 내용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실상 해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만큼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그린벨트 완화폭을 둘러싼 신한국당과 건설교통부간 막바지 물밑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신한국당의 그린벨트 완화대책은 우선 그린벨트내 주택의 증·개축 제한을 현행 최고 60평에서 90평으로 대폭 상향시키는 한편 주민의 자녀가 분가할 경우 본채의 증축범위도 60평에서 80평으로 늘려 분리등기해준다는 것. 또 인접대지와 필지를 합칠 경우 건축연면적을 합산한 건축도 허용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함께 시·군·구 관할구역의 60%이상이 그린벨트이거나 인구 50%이상이 거주하는 경우 생활체육 문화 의료 유통판매 금융 숙박등 6대 시설을 허용하는 등 공공시설도 더욱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쟁점은 이들 대책을 시행하면서 어떻게 부동산투기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국민의 「환경권」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곳이다.
사실 그린벨트내 주민들은 변변한 위락시설조차 유치하지 못하고 마치 7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듯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주택을 조금만 손봐도 범법자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도시의 97% 이상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하남시의 경우 최소한의 공공시설과 상업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반면에 오락가락하는 녹지정책으로 대도시내 녹지대가 대부분 아파트단지로 바뀌는 바람에 대도시 녹지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도시민들에게 그린벨트는 녹지로서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방지하면서도 주민들의 편익은 증진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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