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디너마늘 뺀 겨자채·잣 호박죽 수프·구절판 갈비 불고기/비공식 모임빈대떡 카나페·양념갈비 꼬치『외국인들을 초대하면 이런 요리를 대접해보세요』
요리는 민족문화의 결정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생활하거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비즈니스나 사교를 위해 외국인들을 초대, 식사를 대접하는 사례가 잦다. 그러나 우리가 많이 쓰는 마늘이나 젓갈같은 양념들이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냄새를 가져 선뜻 내놓기 어렵다.
미국 일본 독일 등서 20여년간 생활했던 김찬록씨(48)는 남편의 외교관 생활로 외국인들을 자주 초대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김씨가 제안하는 정식 디너 요리는 전채요리로 마늘을 넣지않은 겨자채나 오이선, 수프로는 잣죽이나 맑은 장국과 호박죽 , 주요리로는 1인용 신선로 구절판 갈비 불고기 등이다. 구절판은 밀전병에 싸먹어야 하므로 조리시 미리 겨자소스로 양념을 한 뒤 전병에 싸서 야채로 묶어 내놓는 것이 재치있는 요리법. 갈비찜도 가운데 뼈를 빼고 살만 남겨 내는 것이 품위있는 자리에 더욱 어울린다. 김씨는 『친목을 위한 비공식적인 모임에서는 서너가지 요리를 놓고 둘러앉아 함께 먹는 패밀리 스타일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때는 손바닥만한 빈대떡을 묽게 부쳐 그 위에 물기를 뺀 김치를 얹은 것을 서양의 카나페처럼 대접할 수 있고 갈비를 사각으로 한 입에 쏙 들어 갈 수 있도록 잘라 기다란 꼬치에 꽂아 갖은 양념을 한 뒤 구으면 좋다. 양식 스테이크도 우리식 갈비 양념을 하면 외국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김씨는 『우리 음식은 잔치 당일 조리해서 금방 먹어야 맛이 있어 안주인이 부엌에서 계속 요리를 해야 하므로 주인이 초대한 손님들과 같이 식탁에 앉아야 하는 서양식 식사 풍습에 따르자면 약간 문제가 있다』며 『외국인들을 초대했을 때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손님이 오면 데워 먹는 식으로 하면 좋다』고 말했다.
6월에 나온 외무부부인회의 연간지 「외교등」에 실린 「식탁문화」에 따르면 다진 큰 새우를 야채와 함께 찌는 「대하선」, 새우 느타리버섯 파를 꼬치에 꽂아 간장 소스를 얹는 「해물 꼬치」, 무 당근 쇠고기를 꼬치에 꽂아 튀겨내는 「무산적」이 어느 나라에서나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기메뉴. 만찬코스를 준비하게 된다면 수프로 양지머리 무국·작은 만두국·신선로, 생선 코스로 전유어·양념구이, 주요리로 불고기·사태찜과 잡채·감자·당근, 후식으로 과일 케이크를 추천했다.
프랑스에서 오래 생활한 주부 차재길씨(54)는 『미국인들과 달리 유럽인들은 김치같은 발효음식을 좋아한다』며 『뷔페파티때 매운 맛 소스를 친 돼지머리 편육을 대접해 봤는데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상사직원인 남편을 따라 호주와 홍콩서 7년동안 생활한 장명숙씨(48)는 『요즘엔 동양 취향의 서양인들이 많아 젓가락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무조건 포크와 나이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외국인들은 테이블 세팅이나 식탁의 꽃도 식사의 분위기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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