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 재추천타후보/아주 내에서도 이견/진통 장기화 할듯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유엔정치」가 본격적으로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동안의 공언대로 19일 상오 안보리 표결에 부쳐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의 차기 사무총장 추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공식논의절차를 점화시켰다. 미국의 이번 거부권은 냉전종식이후 안보리에서 행사된 첫 거부권이라는 점에서 주변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날의 표결일정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 사안의 중요성은 우선 지난 50년간 역대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저지된 전례가 없다는데 있다. 또한 14대 1이라는 표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유엔 회원국들 대부분이 미국과 뜻을 달리한다는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표결후 부트로스 갈리 현 총장은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안보리에 감사한다』고 우회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첨예한 대립상태속에서 유일한 공감대는 차기 후보가 현 총장과 같은 지역인 아프리카출신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 정도이다. 표결직후 이날 하오 아프리카 그룹 국가들은 대책회의를 갖고 인선문제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사이에서도 결론이 쉽게 날 것 같지가 않다. 우선 부트로스 갈리의 출신국가인 이집트가 그의 재추천을 주장하는데 비해 블랙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실적 여건을 들어 다른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미관계를 고려한 이집트가 부트로스 갈리의 지지를 고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른 시일내에 단일후보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을 감안해 부트로스 갈리를 배제한 후보군을 내세울 수도 있고 그를 포함시킨 복수의 후보를 안보리 재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또는 부트로스 갈리에 대한 표결을 다시 실시할 것을 요청하는 대미 정치공세를 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아프리카 출신 인사들 중에는 코피 아난 현 사무차장과 아프리카 단결기구(OAU)나 회교회의기구(OIC)의 지도급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중지란에 빠질 소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후보는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인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미국은 대안인물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구체적 인물을 내세울 경우 안보리의 다른 국가들이 반대할 것이 뻔한 형국이다.
유엔 헌장상으로는 총회가 직접 이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을 거쳐 총회가 임명토록 돼 있으나 안보리 추천이 필수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유엔은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면서 역사상 중대한 파국을 맞게 된다. 연말까지 유엔은 내내 「인사진통」에 시달릴 전망이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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