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선 유지비용만 총매출의 30%선까지 ‘무리’/정유·주류·유통업 심해… 일부업체 도산위기내로라 하는 정유업체인 A사는 요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국제유가상승과 달러화강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경영형편이 나빠진 터에 주유소망을 관리하기 위해 주유소에 지원한 유통자금이 2조원에 육박해 자금사정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유부문 연매출액이 5조원수준인 이 업체에게 2조원의 자금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액수이다.
이 회사는 최근 유통자금 회수에 나섰으나 주유소 업계가 정유업계를 공정거래위에 제소하는 등 크게 반발해 고민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A사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정유 주류 의류업계 등에서는 대리점을 확보하거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해 일부 업체는 도산위기에 처하는 등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적자생존식 마케팅」이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공 LG 쌍용 한화 현대 등 정유 5사가 주유소대리점을 유지·확보하기 위해 깔아놓은 외상매출채권 어음 대여금 등의 「마케팅비용」이 지난해말 현재 5조6,635억원에 달해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정유업계의 정유부문 연매출액이 15조원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연매출의 3분의 1이상이 마케팅비용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손익은 93년 748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9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845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에는 적자규모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제품경쟁과 대리점확보경쟁이 가열되면서 주류업체들이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결제기한이 3개월이상인 어음을 받고 대리점에 제품을 우선 넘겨주는 장기외상거래가 속출, 주류업계의 외상잔고는 10월말 현재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류업계 연매출액(5조원)의 20%에 달하는 규모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외상잔고와 외상결제기간은 늘어만 가고 있지만 외상으로 납품한 술에 대한 주세(맥주 150%, 양주 100%)는 출고와 동시에 내야 하기 때문에 자금회전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이 와중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제기한이 3개월을 초과하는 어음을 받고 대리점에 술을 넘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금회수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류업체들이 최근들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류업계도 2개월이상의 외상결제조건으로 대리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관행이 일반화해있어 자금난을 초래하고 있고, 불황이 심각한 건설업체들도 미분양아파트 처분 등을 위해 분양대금 무이자융자 등의 무리한 마케팅에 나서 오히려 경영난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안정한 유통구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통구조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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