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9일 대법관 13인 전원이 참석한 대법관회의에서 확정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은 해방이후 계속돼온 관행의 파괴라 할 수 있다.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뒤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영장 실질심사제와 체포영장제는 인신 구속·구금을 양산해온 수사기관의 편의주의적 제도에 일대 메스를 가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지금까지 사안의 경중, 피해자와의 합의여부 등을 중시하던 데서 벗어나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을 주로 고려해 영장발부를 결정하라는 명문규정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인권보장을 선언했다.우리나라의 연평균 구속자수는 14만여명에 이른다. 인구 10만명당 총 구속자로 볼 때 독일의 6배, 일본의 4.2배나 된다. 이같은 현실로 볼 때 개정 형사소송규칙이 제대로 실현될 경우 우리 형사사법체계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대법원은 「현실적 불가론」을 내세우는 법무부와 최근까지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법무부로 대표되는 수사기관의 반대이유는 법원구내로 피의자를 대량수송하는 것은 호송인력문제나 예고없이 쏟아지는 각종 사건·사고의 수사현실을 감안할 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명백한 경우만 빼고 모든 사안을 실질심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대법원이 법치선진국형 인권보호를 한다는 의지를 고수한 것은 당연하다. 다만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 외국의 「범죄별 발부·기각참고자료」와 같은 혼란방지장치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영장전담 판사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심사의 정확성문제, 피의자의 도주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따른 수사장애, 폭행이나 교통사고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 소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법조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미완의 역작」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제도시행에 앞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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