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 고립 벗어나기 “계산된 행동”/판문점 연락소 왜 폐쇄했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 고립 벗어나기 “계산된 행동”/판문점 연락소 왜 폐쇄했나

입력
1996.11.20 00:00
0 0

◎대화단절 책임 우리측에 전가/미 직접대화 강조효과도 겨냥/한미 정상회담 앞둔시점 “조기해결” 미 입장 힘 실어주기북한의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폐쇄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의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당국간 대화통로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연락사무소는 김일성 사망후 남북대화가 중단됨에 따라 시험통화 이상의 기능은 상실된 상태였다. 따라서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한 북한의 조치가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않는다. 더욱이 북한은 기능이 중지된 남북연락사무소와 달리 최근 민간인 시신교환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온 남북적십자연락사무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아직은 대화통로는 유지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느닷없이 「상징적 행동」을 한데에는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인한 고립상태에서 벗어나기위한 심리적·전술적 고려가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북한은 잠수함 침투사건 해결을 위한 북미접촉이 계속 우리측의 「시인·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입장에 차단되자 『남조선당국이 남북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선전활동을 강화해왔다.

북한은 이번에 연락사무소를 폐쇄하는 이유도 「남조선의 남북 폐쇄정책」이라고 규정했고 또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남북대화 단절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했다. 즉 우리측에 「유일한 당국간 대화통로」가 끊어졌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기고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에는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재인식시킴으로써 잠수함 침투사건은 북미대화로 풀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락사무소 폐쇄 발표에는 시기적 요인도 감안된 것 같다. 19일 박임수 북한군대좌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급 회의에서 공비 시신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음날인 20일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하고 오는 24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려 한반도문제가 주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잠수함침투사건 대응방안을 놓고 한미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감지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건의 조기해결을 원하는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북한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미국이 우리측의 강경입장에 동조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핵동결파기 위협을 통해 이번 사건이 북미기본합의문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위협을 제기해온바 있다. 미국도 이같은 북한의 위협이 미국의 이익과 대아시아정책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측의 일관된 강경자세에 비공식적 불만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맞대응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렇다면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원하고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조치는 미국을 통한 유감표명 시사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일뿐 우리와 당국간 대화를 하자는 소리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통일원 당국자는 이에 대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피해자인 우리가 배제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김병찬 기자>

◎남북 연락사무소란/92년 설립된 당국자간 대화통로/김일성 사망후 사실상 유명무실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됨에 따라 상호간에 긴밀한 연락을 위해 92년 5월18일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개설됐다. 남북간의 각종 연락업무와 기본합의서 이행과 관련한 실무협의, 남북간 왕래 등에 필요한 편의제공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운영시간은 평일은 상오 9시부터 하오 4시까지이며, 양측의 공휴일과 일요일, 한쪽이 휴무를 통보한 날은 업무를 보지않는다. 아침 9시와 하오 4시(토요일은 정오)에 하루 두차례 연락사무소간에 직통전화(2개 라인)의 정상가동여부를 시험호출한다.

소장 1인 부소장 1인을 포함, 남측은 12명, 북측은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락관 교체시 상대방에 통보토록 돼있다. 지금까지 양측 연락사무소간에 교환된 전화통지문은 1백46건이다. 기본합의서에 따른 남북간 분야별 실무회담, 남북총리 상호교환방문,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때에는 연락사무소의 기능이 활발했으나 94년 7월 김일성 사망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우리측은 현재 1-2명의 연락관만을 배치하고 있다.

현재 남북간 직통전화선은 남북연락사무소간 2회선을 포함해 적십자연락사무소간 2회선, 남북조절위원회 1회선, 적십자회담용 20회선, 남북경제회담 1회선 등 모두 26회선이다.<박진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