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음악인력 정보 인프라」란 인력은행을 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예술인력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타 직종과 달리 최고의 기량만이 선호되는 예술의 특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음악인력의 정체는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첫째 원인은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한 정책 부재에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음악인력이 바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으려면 현행 대학 커리큘럼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금처럼 연주가만을 지향해서 무조건 유학을 가고보자는 식이어서는 또다른 정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는 유학파 실업자군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이미 대학은 만원이다. 강사 자리마저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유학길에 올랐던 「청운의 꿈」들이 속속 귀국, 매달 10회 남짓한 귀국 연주회가 열린다. 오라는 곳도 없고 연주해달라는 무대도 없다. 방황과 실의 속에 예술인력이 사장되고 만다. 때문에 예술인력의 사회적 활용방안에 실용성있는 연구와 실천이 따라야 한다.
80년대 기업들이 합창단, 무용단 창단에 직접 관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상호 이해가 부족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코리안심포니, 서울심포니에 대한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은 민간 오케스트라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금호현악4중주단이 전문연주단체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이 소그룹 연주단체를 창단해 국민의 높아진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할 때가 됐다. 이를테면 스포츠단체를 운영하듯 연주가 소속제를 도입,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20명 미만의 연주가로 구성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늘어난 소공연장과 지역공간, 기업 내 문화공간을 채울 수 있다. 연주가들이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이 트이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바람직할 것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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