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효율 낮은 고비용체질 때문에 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만 에너지 과소비 체질은 그에 못지않은 중병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세계 제1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한 해에 187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에너지 수입에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각성이 없다는 것이다.경제활동이 왕성하다면 에너지 소비가 급증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9%정도였는데 에너지 수입증가율은 무려 22%를 기록했다. 경제활동과 관계없는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에너지원 단위로 따지면 일본이 0.1% 대만이 0.26%인데 비해 우리는 0.37%나 된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이 경쟁국들에 비해 2배 3배 떨어지고 있다. 90년부터 94년까지 성장률은 5.1∼9.5%였는데 에너지소비증가율은 9.4∼14.1%였다. 에너지 과소비에 비효율이 겹치고 있으며 갈수록 낭비가 심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외채나 경상수지적자를 보더라도 지금같은 에너지 낭비는 그대로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외채가 1,000억달러를 넘고 한해에 200억달러나 되는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에서 지금처럼 에너지소비에다 달러를 물쓰듯 계속 쏟아부을 수 없는 일이다.
다급한 걸로 따지면 경쟁력 10%올리기보다 에너지 과소비 대책이 더 시급한 형편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에너지대책은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에너지부문을 빠뜨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가정책으로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정도로 운만 떼놓고 후속 조치가 없으니 속셈을 알 수 없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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