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쫓던 선장의 집념을 만난다『포경선 「피컷」을 아십니까』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서 선장 에이합을 태우고 「백경」을 쫓던 포경선 「피컷」. 폭풍우에 아랑곳않고 오로지 흰 고래만을 추격하던, 그래서 주인공 이스마엘은 물론 소설을 읽는 우리의 가슴속에도 듬직한 그 무엇으로 자리잡고 있는 배. 이 배의 위풍당당함은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에서만 나온 것일까.
매사추세츠주의 주도 보스톤에서 차로 시간반을 달려 도착한 코네티컷주 미스틱 항. 짙푸른 대서양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 하얀 돛을 올린 피컷이 실재하고 있었다. 바로 작가가 피컷의 모델로 삼았다는 나무로 만든 포경선 「찰스 모건」이다.
길이 31.92m, 폭 8.42m, 무게 313.75톤. 1841년 건조된 찰스 모건은 현존하는 최고의 포경선으로, 지금은 다소곳이 관광객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한때는 선원 30여명을 태운 채 3대양을 주름잡았다.
배에 오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3개의 돛대와 바람으로 불룩해진 흰색 돛, 그리고 돛 사이를 어지럽게 헤집고 다니는 검은색 밧줄이다. 피컷이 「모비 딕」을 신나게 쫓아다녔을 때 찰스 모건도 신이 났을 것이다.
이 찰스 모건이 있는 미스틱 항은 미국의 해양개척사를 재현하기 위해 1929년 한 항구도시를 그대로 보존한 곳.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조셉 콘래드」 「L.A. 던튼」 「사비노」등 갖가지 범선들과, 굴 전용 창고인 「토마스 오이스터 하우스」, 선원들이 들락거렸던 술집 「타번」 등이 떠들썩했던 옛 항구를 추억하고 있다.<미스틱항=김관명 기자>미스틱항=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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