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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로켓포·탱크도 머잖다”/국내 불법무기 제작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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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로켓포·탱크도 머잖다”/국내 불법무기 제작 어디까지 왔나

입력
1996.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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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장 밀집 문래동·청계천/설계도나 샘플만 있으면 오차 100분의 1㎜ 정밀제품 생산국내 민간제작소에서 불법무기가 대량으로 만들어 지는 날이 올 것인가. 기술적인 면에서 민간의 무기제작은 현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밀조된 권총과 소총은 물론 로켓포와 같은 중화기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 결코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600여 군소 기계제작공장들이 몰려 있어 하루종일 쇠깎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국내 최대의 중소 기계부품생산업체 밀집지역이다. 바로 이곳에서 독일제 소총 4정이 정밀 복제됐다.

독일제 22구경 에르마 베르케 소총의 핵심부품인 방아쇠 뭉치를 제작한 두원정밀은 선반 밀링머신 등 기본장비만을 갖춘 직원 4명의 영세업체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작된 소총은 원제품 못지 않은 위력과 정확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대한 주변 정밀기기 제작업체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 정도의 총기부품을 제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은 물론 로켓포와 탱크까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실제로 이들 무기에 들어가는 부속품을 웬만큼은 다 만들 수 있어요. 총기제작에 필요한 선반 밀링 드릴링머신 등 기계장비와 전기 화학설비까지 갖추어져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시설여건과 생산기술이 모두 구비돼 있다는 얘기다.

『몸체와 방아쇠틀 노리쇠 등 무기의 표피제품과 간단한 부속품은 샘플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탱크가 별건가요. 중장비 엔진에 강철제 껍질과 포신만 얹으면 외형은 끝나는 겁니다』

부품 제작의 노하우를 가진 경험있는 기술자의 경우 정확한 설계도면만 있어도 정밀성이 요구되는 무기 핵심부품을 제작할 수 있다. 실제 문래동 지역 생산부품의 오차는 100분의 1㎜이내로 대단한 정밀도를 자랑하고 있다.

정밀기계부품을 생산하는 S정밀 대표 배모씨(41)는 『특수강에 열처리가 필요한 총열의 경우 제작에 어려움이 있지만 강선을 깎는 기계와 전문 열처리업체까지 있어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래동에서는 총기개조나 제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실제로 총을 개조·제작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94년에는 중국에서 가스총 12정을 밀반입한 최모씨가 문래동 정밀기기 공장에서 총열을 깎아 실탄발사용 권총으로 개조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문래동 이외에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서울의 청계천과 구로동 양평동, 부천과 인천 부평의 일부 공작소가 총기제작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부평에서는 91년부터 인마살상용 총포 수십정을 불법제작·판매해 온 한 기계제작소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개인이 총기를 제작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청주의 강희광씨(43)는 자신의 집에 선반과 밀링머신을 갖춰 놓고 22구경 소총을 대량으로 제작했다. 강씨가 만든 소총은 총신과 개머리판이 분리가능하고 조준경까지 달린 고성능이어서 경찰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기계제작소 관계자들은 『요즘같은 불경기에 100∼200만원만 주면 총기제작에 응할 사람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업주가 비밀리에 부품일부만 분업생산하므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배성규 기자>

◎외국의 ‘총기지옥’ 실태/안전지대없는 총 공포/미­규제법도 무위 한해 3만명 사망/일­도심 경찰·폭력조직 총격전 비상/홍콩­권총 2만원 수류탄 5천원에 거래

총기의 무차별 확산으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도 총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기 지옥인 미국에서는 한해 3만명 가량이 총기로 목숨을 잃고 있다. 10대 청소년 총기 사망자만도 93년 5,751명에 달했다. 92분마다 젊은 생명이 하나씩 스러져 간 셈이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93년말 총기규제법인 「브래디 법안」의 통과에 힘입어 이듬해 「총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총기문제 해결에 노력했으나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총기제조업체가 350여개에 이르고 총기시장 규모가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총기규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치안천국을 자랑해 온 일본도 총기범죄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월 원양어선을 이용, 권총 700정을 대량밀수해 폭력조직에 팔아 넘긴 밀수단이 적발돼 일본열도가 떠들썩했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권총 1정당 4만엔(약 30만원)에 구입, 야쿠자 등 폭력조직에 10만엔씩을 받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야쿠자가 이들에 1억엔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일본국민의 충격이 더했다. 9월 중순 교토에서는 경찰과 대표적 폭력단 「야마구치구미」조직원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일반시민은 물론 공권력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신흥 총기범죄 천국이다. 러시아 마피아의 무지막지한 총기사용은 세계적으로 악명높다. 최신 소음권총과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범죄 조직이 전국적으로 5,700여개에 이르고 이들이 보유한 불법총기만도 15만정이나 된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고성능 군용총기가 널리 유통되고 군 하부조직이 총기 불법유통에 개입하고 있어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범죄조직인 삼합회(트라이어드)의 근거지 홍콩은 이미 갱 영화 그 자체가 된지 오래다. 백주에 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강도가 은행과 보석상을 털고 시내중심가에서 폭력 조직원들이 경찰과 총격전을 다반사로 벌인다. 중국본토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대량으로 밀반입되고 있으며 우리돈으로 권총은 2만원, 수류탄은 5천원이면 살 수 있어 국내 불법무기 반입의 주요루트가 돼 있다.

대만도 상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만의 폭력조직 「흑도」는 막강한 자금력과 정·재계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총기테러와 살인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당·정·군 관계자들에게까지 손을 뻗쳐 권총과 기관총 수류탄 등을 밀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도 대만과 홍콩 폭력조직의 침투로 총기안전이 흔들리고 있다. 매년 총기를 이용한 강도·살인사건이 급증, 지난해 상반기에만 73건의 총기범죄로 공안경찰 46명이 숨졌다. 총기범죄 증가율이 23.8%나 된다. 호주 역시 총기범죄가 급증해 최근 총기사용은 물론 제조 판매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책과 문제점/밀수·밀매 차단 ‘4각 공조’/검·경·세관·안기부 감시 강화/기획수사 없이 제보 의존 한계

검찰과 경찰, 세관, 안전기획부는 최근 불법총기류 밀수·밀매조직 적발과 유통경로 차단을 위한 공조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외국선박이 출입하는 전국 22개 항만지역의 24개 경찰서에 수사전담반을 편성했고 서울 청계천과 부산의 속칭 「텍사스 거리」 등 밀거래 예상지역의 총포사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무장 폭력조직 색출과 총기유입 방지를 위해 조직폭력배 검거시 반드시 조직내 총기소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당국은 『불법 총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심리가 어느 때보다 팽배해 있는 만큼 작은 첩보라도 끝까지 추적, 관련 조직과 무장 범죄집단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총기문제 해결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전에도 당국은 무수한 첩보와 소문을 근거로 수사를 벌여 왔지만 구체적 성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수사망에도 허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밀수·밀조·밀매수법이 그만큼 은밀하고 교묘한 까닭이다.

예를 들어 선박을 통한 밀수의 경우 설령 사전첩보가 있다해도 선박의 내부 구조가 워낙 복잡해 전문 밀수단이 은닉한 총기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부산세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렇게 배에 은닉된 총기는 깊은 밤 감시가 소홀한 틈에 쥐도 새도 모르게 반입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의 수사는 자체적인 단서포착보다는 밀수조직원이나 불법총기 구입자 등 「당사자」의 제보에 대부분 의존했던 것이 사실』 이라고 당국이 밝힐 정도이다.

기획수사 등을 통해 밀매조직 전체를 추적, 적발해낼 수 있는 수사 노하우도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단서를 잡고서도 보복을 두려워 하는 피의자의 묵비권 행사와 거짓진술에 막혀 수사를 확대하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9월 부산에서 사제 권총을 팔다 적발된 러시아 선원은 총의 출처를 묻자 『갑판에서 주웠다』고 뻔한 거짓말을 했으나 세관은 외교문제 등을 고려, 더 이상 추궁하지 못했다. 또 93년 충북에서는 주민의 신고로 밀수총기 소지자를 검거했지만 피의자가 『회사 여직원이 숲속에서 소변을 보다 주워 온 총』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그만을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한 적이 있다.

안기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인원과 장비를 대폭 늘리고 전문적인 수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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