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컴퓨터 제작이 꿈”/눈먼 이·귀먹은 이에게 느낌 전달하고파『눈먼 이에게 들려주고 귀먹은 이에게 보여주며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이에게 느낌을 전하는 휴먼컴퓨터를 만들고 싶어요』
조산원의 실수로 뇌성마비 장애인이 된 최지영씨(30). 취한 듯 기우뚱한 걸음, 찌푸린 얼굴, 뭉뚱그려진 목소리. 지난 삶의 파도에 밀려 담배 연기가 흔들렸다.
화장품 외판원이었던 어머니의 권유로 고등학교 2학년때 배운 베이직 프로그래밍이 휴먼컴퓨터의 꿈을 키운 첫걸음이었다. 이듬해 컴퓨터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혼자 만든 그래픽 프로그램을 응모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단지 육체가 부자유스럽다는 이유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가 그에겐 공포였다.
그때의 두려움은 전문대 졸업후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이 돼 버렸다. 얼마 후 우연히 장애인 기술 경진대회에 프로그래밍 분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키보드 입력조차 힘겹지만 그는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고 부산공업대학 3학년으로 편입해 낮에는 울산에서 주유소관리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며 밤에는 부산에서 공부를 했다. 어느 밤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목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고 자취방에 털썩 주저앉아 답답한 육신을 한없이 서러워했다고 한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현대전자가 주최하는 「전국 대학생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및 공모전」에서 입상하면 특별채용한다는 광고를 보고 경진대회와 공모전 부문에 참가해 각각 장려상과 동상을 받았다. 그래도 설마했던 그에게 신입사원 연수를 받으러 오라는 전보가 날아왔을 땐 너무도 기뻤다. 92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서 은메달을 따고 겨울에 대통령이 수여하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을 때 어머니의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그날은 어머니 생일이었다.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 중 교육, 취업, 결혼을 흔히 든다. 최소한 장애인도 평등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갖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박형배 기자>박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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