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첫 참가,북과도 접촉 시도”/내달 5일 준비 완료… 사상 최대 2,000여명 참가 전망/한때 중앙정부·전북도 책임 미뤄 접점 찾기 고생/콘도 직접 세일즈 등 ‘맨발의 위원장’ 별명97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를 2년여 이끌어온 고병우 위원장(63)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맨발의 마라토너」라는 말을 듣는다. 가벼운 조깅외에 스포츠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그가 이러한 별명을 얻은 것은 「주인없는 배」와 같이 표류하던 동계 U대회(97년 1월24∼2월2일) 위원장직을 맡으면서이다. 전북(옥구) 출신이라는 인연과 재무부와 건설부를 거친 경제통이라는 경력으로 인해 위원장에 발탁된후 그는 기업들을 방문해 콘도 세일즈를 벌였는가 하면 담당부처의 후배들을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청탁(?)도 서슴지 않았다. 더욱이 2년여간 한푼의 봉급도 받지 않고 운전기사 급여도 스스로 부담하는 완전 자원봉사로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소위 「얼굴마담」 역할을 하던 여느 국제대회 조직위원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실무형」 위원장이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새 동계스포츠 전문가가 되어 버렸다는 고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대담:유석근 체육부장
―대회 개막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잘 돼 갑니까.
『전북은 동계체육 시설이란 단 하나도 없는 동계스포츠 불모지입니다. 따라서 경기장 건설은 조직위의 가장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다행히 각계의 도움으로 실내빙상장 2개와 스키점프대를 완공했고 무주스키장도 공사가 94% 진척돼 12월5일의 준공식까지는 모든 경기시설이 100% 갖춰집니다. 단 본부호텔 공사가 우성건설의 부도 사태로 다소 늦어져 현재 75%의 공정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도 올해안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개·폐회식은 이어령씨가 총감독, 이기영씨가 연출을 맡았는데 한국적인 멋을 살린 깜짝 이벤트를 구상중입니다』
―대회를 매끄럽게 운영하기 위한 인적 자원도 중요할 텐데요.
『동계대회가 하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3,000m의 스키 활강코스 하나에 180명의 진행요원을 배치해야하고 헬기, 의료진도 상시 대기해야 합니다. 조직위는 대회 성패가 운영요원들의 역량에 달렸다는 판단 아래 국제심판 100여명을 포함한 958명의 정예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 1,100명, 지원요원 1,300명 등 총 3,300여명에 대한 훈련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체육계와는 이전에 아무 연관이 없었는데 조직위원장을 맡은후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취임 초기부터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 대회의 주인이 누구냐」는 문제였습니다. 논란은 92년 총선때 무주군에서 U대회 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황인성씨가 총리로 발탁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전북도측은 총리가 공약한 행사이므로 중앙정부가 대회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유치도인 전북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며 뒷짐만 지었습니다. 한마디로 「주인없는 배」였지요.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끌 수없어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무주군을 수시로 설득하고 이해시켜 합일점을 찾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습니다』
―취임후 얼마 안돼 위원장직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94년 7월 처음 위원장직을 제의 받았을 때 1개월여를 고사했습니다. 체육에 대해선 문외한일 뿐더러 중앙정부에서는 전북의 대회 개최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경제와 건설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문체부와 전라북도의 집요한 요청에 「힘 닿는데까지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94년 12월 전북 도의회에 전북도 지원금 40억원중 그해분 10억원을 요청하자 도의회가 90%인 9억원을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도 미온적인데다 도민까지 무관심한데 실망해 사퇴를 결심했던 것입니다』
―조직위에서는 고위원장을 「맨발의 위원장」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난제가 산적해 몸으로 부딪치는 것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대회 준비의 기본이 되는 조세감면규제법 문제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으면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 줄 사항이었지만 누구하나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보다못해 장관직을 물러난지 꼭 7개월만에 재무부로 뛰어들어가 재임 시절 함께 일하던 후배들에게 사정했습니다. 당시 대학과 재무부 후배인 홍재형장관이 『성님 자존심 다 버리셨네. 이렇게 후배를 다 찾아오시고』라고 농담을 해 한바탕 웃은 적이 있습니다. 94년 7월 개각때 그대로 남은 동료 장관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요청한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마 「맨발」 이야기는 본부호텔로 사용할 콘도 건설자금 4,500억원을 마련키 위해 공사와 기업체를 돌며 회원권을 판 것을 두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광복회 회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십시요.
『경제학과를 나왔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습니다. 또 5·16후인 63년 경제과학심의회 상공정책담당 서기관으로 처음 공직에 들어선후 주로 농업과 경제분야에 몸담아 온 평생 경제인입니다. 1남 3녀를 두고 있는데 현재 고시를 거쳐 재경원 서기관으로 있는 큰 아들이 「경제로 아버지 가업(?)을 잇겠다」고 해 내심 「부끄러운 애비는 아니었구나」하며 뿌듯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균관 부관장을 지내신 가친의 영향을 받아 생활 법도를 강조하는 편입니다. 전라 순무영 경리관을 지내시고 3·1운동때 독립운동을 하시다 돌아가신 조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회 참가 가능성은 있습니까.
『역대 최다인 50개국 1,200명의 선수단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1,500명이 신청을 해 2,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의 참가를 위해서는 얼마전 베이징서 북한 빙상연맹부회장 한필화를 만나는 등 활발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애틀랜타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3년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해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쿠바도 대회 사상 처음으로 참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최근 국내에서 개최한 국제대회가 너무 선심성 대회였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회 총경비 1조808억원중 경기장과 도로건설에 들어가는 약 1조600억원을 제외하면 순수 대회운영비는 208억입니다. 이중 국고(10억원), 전북도(40억원), 체육진흥공단(98억원)으로부터 지원받는 148억원을 제외한 60억원이 수익사업과 입장권으로 채워야할 부분이어서 적자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회 개최로 인한 생산유발 기대효과는 약 2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보이지 않는 효과가 엄청날 것입니다. 더구나 지난주 대회 축원의 밤 행사때 국무총리와 전북도 출신 정·재계 인사들이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하는등 지원 열기가 대단해 낙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국민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그간의 준비는 모두 허사가 되고 맙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 행사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합니다. 아울러 정부당국도 대국민 홍보에 앞장서 주길 당부합니다』<정리:송영웅 기자>정리:송영웅>
□약력
▲33년 전북 옥구 출생 ▲5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62년 국민대 강사, 한양·단국대 조교수 ▲63년 경제과학심의회의 상공정책서기관 ▲69년 농림부 농업개발국장 ▲7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75년 재무부 재무차관보, 기획관리실장 ▲81년 쌍용중공업, 쌍용투자증권 대표이사 ▲90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 ▲93년 건설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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