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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에게(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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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에게(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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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여러분에게 호소할 수 밖에 없다. 용만 썼지 아무 실효가 없는 정권의 힘만 믿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 부정부패의 소굴인 나라를 청소하자면 공무원 여러분의 자성과 자정에 기대는 수 뿐이다. 여러분 자신의 힘 말고는 어떤 힘도 여러분을 움직일 수 없다. 여러분의 용기와 결의와 그리고 애국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싶다. 이나라를 대광정할 구원의 길은 여러분에게 남아 있다. 장관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이제는 차라리 아랫물부터 맑아져야 윗물도 맑아지겠다.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래 우리 사회는 썩지 않은 시대가 없었고 썩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총체적 부패였으므로 그것이 공무원들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썩은 것이 대부분 민민간의 고리가 아니라 관민간의 고리요 가장 썩어서는 안되는 것이 관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가장 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른바 한국병의 기원을 따지자면 도둑이 들끓을만한 흉년의 시대가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부정부패가 부의 분배과정이었다. 정당한 방법으로는 생계가 어려웠고 탈취는 생존의 양식이었다. 조금이라도 가진 자의 것은 덜 가진 자에게 더러운 손이 나누어 주었다. 물이 고인 곳이 있으면 이런 개구멍의 물꼬를 통해 말라서 갈라진 땅을 적셨다. 상대적 빈곤이 아니라 절대적 빈곤이었으므로 그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어도 묵인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생활수준은 격세다. 그런데도 손버릇은 여전하다. 그 습성이 너무 오래도록 지속되면서 관성이 되어버렸다.

공무원의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는 봉급수준이 아직도 유혹당하게 한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러분의 이름은 공무원이다. 자신이 왜 공무원인지, 공무원이 누구인지를 먼저 자문해야 한다. 그러면 공무원의 위신을 잃을만큼은 생활환경이 춥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공직관의 정돈이 필요하다.

옛부터 내려오는 관리의 세가지 법도는 청(청렴)이요 신(예의바름)이요 근(근면)이다. 청렴은 관리의 표상이요 관리가 청렴을 잃으면 관리로서의 옷을 벗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관존민비의 사고가 남아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데가 관청이다. 이것이 공무원을 타락하게 만든다.

민원인들은 대부분 공무원한테 가면 절벽 앞에 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것은 당신 사정이오』하고 내쫓는다. 민원서류를 내밀면 위조지폐이기나 한 것처럼 수상히 뒤적이다 도로 던진다. 할 수 없이 민원서류에 진짜 지폐가 끼여들어간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이런 대민 자세에서 시작된다. 청결한 공직사회를 위해서는 무슨 대단한 혁명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자세 하나만 바꾸면 된다. 걸핏하면 「당신 사정」이라지만 그것은 국민의 사정이요 국민의 사정이 바로 공무원 당신의 사정이다. 국민의 일이 공무원의 일이다. 공무원의 월급을 주는 것은 국민이다. 앉아있지 말고 일어서서 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한다. 공복은 서비스맨이다. 이것이 예의바름이요 부지런함이다. 결국 공무원의 청렴은 신에서 생기고 근에서 생긴다.

관 없는 민은 있을 수 있어도 민 없는 관은 없다. 민은 관의 대전제다. 관민이란 말도 구태의 용어다. 민관이라 해야 옳다. 관은 민의 관사가 아니다.

그 대신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은 얼마든지 가질수록 좋다. 나라의 실체는 국토와 국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곧 정부다. 정부인 여러분 자신이 망국병으로 나라를 망칠 수 없다.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키기까지에는 많은 충직하고 성실한 공무원들의 수고가 있었다. 이들의 동고와 진력이 아니었으면 그 고난의 시절 일반 국민들은 용기를 잃었을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든든한 공무원들이 나라의 기틀을 지탱해가고 있다. 오리들은 공직사회의 온 얼굴에 먹칠을 하는 뻔뻔한 면목이어서는 안된다.

여러분은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는 부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라의 건강은 나라의 부보다 더 중요하다. 청정국가 아니고는 경제발전도 무위다. 개인적인 부정한 치부로 나라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공무원인 여러분으로서는 반국가적인 반역행위다.

깨끗한 나라 건설은 백년하청일 것인가. 우리는 언제 황하의 물이 맑아질때의 하청가를 부르랴.<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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