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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염병 공포 “안전지대 없다”/‘국경없는 질병’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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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염병 공포 “안전지대 없다”/‘국경없는 질병’시대

입력
199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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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교류물결에 선진국도 잇단 수난/연 400만명 외유 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한국은 매년 약 400만명의 내국인들이 각종 해외여행을 하고 있으며 300여만명이 입국하는 개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또 외국산 축산물과 식료품 수입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개방화·자유화시대의 부작용중 하나가 새로운 전염병이나 질병에 감염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콜레라나 이질, 수면병 등 우리 귀에 익은 전염병과 질병이 있는가 하면 에볼라출혈열, 뎅기열, 라임병 등 다소 생소한 신종전염병도 많다. 올해에만도 유럽인들을 경악시킨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일본에서 집단식중독을 유발한 O―157 등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이 세계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세계화시대를 맞이한 우리도 결코 이같은 전염병과 질병에 안전지대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요 전염병과 질병들의 종류와 증상 및 매개인자들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영국 보건당국은 올들어 자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질병으로 곤욕을 치뤘다. 인간에게 악성 치매증상을 일으키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 광우병에 걸린 자국 소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직도 광우병과 CJD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고 있지만 CJD는 선진국 영국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세계적으로 가장 깨끗한 보건환경을 자랑하던 일본정부도 체면을 손상당한 것은 마찬가지다. 병원성 대장균 O―157의 창궐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O―157균은 최근 미국에서도 40여명의 식중독환자를 발생시켰으며 이중 1명은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인도차이나반도 메콩강주변에서는 이달들어 190여명이 지역 풍토병인 뎅기열로 사망했다. 그러나 뎅기열은 이제 이 지역 풍토병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중남미, 호주 등에서도 발생하는 국제적인 전염병이 됐다. 바이러스나 원충 균등 생소한 병원체들이 유발하는 이같은 질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중부아프리카 자이르에서는 에볼라출혈열이 발생, 70여명의 주민들이 피를 토하며 내장이 터져나오는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가 전세계를 전율시켰다. 82년부터 90년초반까지 10여년동안 미국 동부에서는 4만여명이 진드기가 옮기는 라임병에 걸려 관절염 안면마비 기억상실 등의 증상에 시달렸다.

인류에게 새로운 보건숙제를 안겨주고 있는 이들 질병들은 새롭게 출현한 질병이 아니라 특정지역의 풍토병이었다. 그러나 이들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서식처의 생태계가 지구온난화나 수질오염 등으로 교란되면서 풍토병에서 일반 전염병이나 질병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질병들이 교통과 운송수단의 발전과 더불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농·수·축산물의 수입과 바이러스 보균자의 국제간 이동 등을 통해 퍼져나갈 경우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질병은 치료법이 전무하며 원충이나 기생충에 의한 질병도 치료법이 한정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세계화·국제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도 해외여행자들 일부가 체류국에서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에 걸린 경우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질병 유입과 발생이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조희제·배국남 기자>

◎에볼라출혈열/정확한 감염경로 안밝혀져 치료도 못해/고열·두통이어 장기출혈 “걸리면 죽는병”

「의식불명 상태에서 피를 토하며 엄청난 피와 함께 내장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죽는다」. 리처드 프레스톤은 소설 「위험지대」에서 악마의 저주로 불리는 에볼라출혈열을 이렇게 묘사했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에볼라출혈열의 증상이 소설의 묘사보다 더 참혹하다고 말한다.

에볼라출혈열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에이즈보다 위험성면에서 두단계 높은 4급 전염병으로 지정됐다. 에볼라는 에이즈처럼 백신이나 치료법도 없는데다 감염되면 10명중 9명이 죽는 공포의 전염병이다.

에볼라는 76년 아프리카의 수단과 자이르에서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정체를 드러냈다. 아직까지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에볼라바이러스가 원숭이 등 동물을 매개로 체액, 혈액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차 감염율도 매우 높아 지난해 자이르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도 감염돼 사망했다.

일단 감염되면 2∼21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두통 등 초기증상에 이어 구통 설사 장기내외의 출혈이 시작되고 이내 의식불명상태에 빠져 곧 생명을 잃는다.

◎O­157/오염음식 통한 식중독/변에 피섞여 나오기도/올 일서 크게 번져

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환자의 변에서 처음 발견된 O-157균은 금년 5월 일본에서 8,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병원성 대장균이다.

4개의 병원성 대장균중 하나인 O-157은 햄버거 우유 주스 소생간 등의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면 3∼4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설사 복통증상이 나타난다. 6∼8일뒤에는 증상이 없어지지만 환자중 5%정도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은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용혈요독증세를 나타낸다. 심하면 신부전증이나 뇌장애를 일으킨다. 성인들은 저항력이 강해 자연 치유되거나 항생제투여로 쉽게 치료되지만 어린이와 노인들은 저항력이 약해 설사나 복통으로 이어진다.

손을 깨끗이하고 상한 고기나 생선을 피하고 끓인 음식물을 먹는 것이 O-157균에 의한 식중독 예방의 첩경이다.

◎라임병/진드기 물려 기억상실/미·일·호 등 19곳 발병/‘제2의 에이즈’

「몸길이 1㎜도 안되는 진드기를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2년동안 두통 근육통 관절염으로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75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첫 발병해 제2의 에이즈로 명명된 「라임병」의 원인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균의 매개체는 바로 진드기.

미국 일본 호주등 19개 나라에서 발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92년 라임병의 세균을 옮기는 진드기가 발견돼 한때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균을 갖고 있는 진드기는 주로 들쥐나 풀밭에 서식한다. 이균을 옮기는 진드기에 물리면 1개월안에 발진이 생기며 오한 고열증상이 나타나고 다음에 근육통 현기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 증상이 끝난 후 2년정도는 관절염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약한 전염병이다. 심하면 안면마비 뇌막염 기억상실까지 보인다.

라임병의 치료에는 항생제(어른은 테트라사이클린, 어린이는 페니실린 사용)가 효과적이다.

◎CJD<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광우병과 비슷한 괴질/치매상태 1년내 사망/치료법 아직 없어

광우병은 소의 뇌에 생기는 신경성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는 등 증상을 보이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생겨 이내 죽는다. 사람들에게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

CJD에 걸린 사람은 초기에 성격이 변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급격히 치매가 진행돼 1년이내에 사망한다. 환자의 뇌손상 형태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손상상태와 비슷해 광우병과 CJD와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D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보다 작고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프리온(Prion)이다. 프리온이 인체속으로 어떻게 들어오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CJD의 치료법 역시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반인에게 알려진 사실은 CJD로 사망한 환자가 세계적으로 100여명에 달한다는게 고작이다.

◎뎅기열/동남아·중남미 창궐/베트남·인니자바섬서 이달에만 190명 희생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창궐하며 90년대 들어서는 중남미 등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급성 전염병인 뎅기열은 모기가 옮기는 출혈열의 일종이다. 뎅기열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사람들에게 매개하는 모기는 이집트숲모기, 아시아호랑이모기 등이다.

뎅기열에 감염되면 7일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증상은 고열과 해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참기 힘든 관절통, 피부발진 등을 동반한다. 심하면 출혈 백혈구감소 고열 등으로 사망에까지 이른다. 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뻣뻣해지는 증상때문에 뎅기열을 브레이크-본 열(Break-bone fever)이라고도 부른다.

뎅기열 환자를 격리시키는 것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근본적인 예방은 방충망을 치거나 모기약을 뿌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베트남 메콩강인근지역과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뎅기열로 죽은 환자가 19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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