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는 두얼굴북한은 사과할 것인가. 권오기 통일부총리와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15일과 11일 각각 『북한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관적 견해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권부총리의 발언이 있은 바로 그날 중앙통신을 통해 『북미 기본합의문과 핵동결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미 고위당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갈때까지 갈 수 있다』는 「벼랑끝 전술」의 재현이다.
정부는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이 재개되려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시인·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동결 파기위협을 상투적 양면전술로 파악,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다』며 별다른 의미를 두지않는 분위기다. 북한의 입장도 잃을 것이 없었던 북미 기본합의문 이전과 현재는 판이하게 다르며 기본합의문의 파기를 불사하는 「버티기」와 「벼랑끝 전술」의 끝은 북한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북·미관계의 파국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도 『북한이 사과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았으나 현재 국면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것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양지도부의 자존심과 재선에 성공해 거리낄게 없어진 클린턴행정부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사과를 쉽게 기대할 수만은 없다. 북한이 우리에게 「유감」을 표시한 것은 지난해 씨아펙스호 인공기게양사건때 한번뿐이다. 또 미국은 레이니 대사의 발언을 비롯, 표면적으로는 우리 입장을 지지하며 한미 공조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무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거의 공개적으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해 『팀스피리트 훈련재개나 대북위협 및 공격은 불가하다』 『대북정책은 유연해야한다』는 등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유엔 연설이나 미국정부, 주한유엔군사령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미국이 이에 동조, 현재의 긴장강도를 누그러뜨리려한다면 「공」이 다시 우리에게 넘어오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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