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97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을 높이는데 치중, 수리탐구Ⅰ·Ⅱ영역과 외국어영역의 문제들을 너무 어렵게 출제해 벌써부터 일선 교육현장에서 부작용과 후유증이 일고있다는 것이다.이번 수능시험 뒤끝이 그 어느 해보다 시끄러운 것만 봐도 출제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케 된다.
변별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는 출제위원장의 말에서 이미 어려운 출제는 예감됐었다. 사설 입시기관들의 가채점결과를 보면 4번의 수능시험사상 가장 어려운 출제를 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같다. 그로 인해 수능평균 성적이 상위권학생들은 13∼14점, 중위권은 16점, 하위권은 17점까지 떨어지고 100점 만점때 80점선인 320점이상 고득점자가 3,400명대로 크게 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본다면 이번 수능시험출제는 역시 실패작이었다는 비평을 받아 마땅하다는게 우리의 견해다. 수능시험출제의 잘못이 출제위원들의 한낱 실수로 치부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결코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인과를 따져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려운 출제는 우선 79만7천여 수험생들을 혼란속에 몰아 넣었다. 그로 인해 고교교육에 대한 불신감도 높여 놓았다. 수능시험과 같은 국가고사는 입시에서의 전형기능 못지 않게 교육적 기능을 가볍게 볼 수가 없다. 교육현장에서 배운 것과는 딴판으로 어려운 문제는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학교교육을 믿지 못하게 한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특히 어렵게 출제된 수리탐구 Ⅰ의 부작용이 벌써 예비수험생인 고1·2년생들에게 수학공부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과외열풍을 또다시 불러일으킬 조짐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 보통일인가.
수험생들은 예상외로 낮아진 성적으로 해서 대학지원에 큰 혼란을 겪을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어려운 출제가 갖는 이득이 있다면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차이가 분명해 전형이 한층 수월하다는 점일 것이다.
출제실패에 대한 책임을 출제위원을 상대로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책임은 그러한 출제밖에 할 수 없도록 임시 출제위원제를 고집하는 교육부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출제위원과 고교교사 검증위원이 구성되는 것은 시험 한 달 전이다. 이러한 이질위원들이 신이 아닌 이상 짧은 기간에 고교생 수준에 맞는 출제를 하고 난이도를 제대로 맞춘다는 것부터가 무리이다. 그래서 한 해는 쉽고, 다음 해는 어렵고 하는 눈치보기식의 「해걸이 출제」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국가고사로 존속할 것이라면 이런 식의 졸속 출제는 이제 끝내야한다. 전담출제위원을 갖춘 문제은행설치를 서두를 것을 그래서 거듭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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