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차원 대안모색 의의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한 로마 「세계식량정상회의」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7일 폐막됐다. 세계 86개국 정부수반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지구적 차원의 첫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의의가 있다.
참가국들은 『현재 전세계 8억4,000만명의 기아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자』며 이를 위해 「세계식량안보를 위한 로마선언」과 7개항의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안전하고 영양가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임을 재천명」한 로마선언과 행동계획은 세계 식량안보를 위한 다자간 협력의 지침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이란 절박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공허한 말잔치로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배부른 자가 굶주린 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듯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식량수출국과 수입국간 시각차를 드러냈다.
선진국과 식량수출국들은 국가간 인위적 곡물 수출입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2015년 기아인구를 반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5,500만톤의 곡물을 증산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개도국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곡물 원조량이 92∼93년 1,500만톤에서 94∼95년 800만톤으로 줄었다고 강조한다. 부국의 지원없이 기아해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번 회의는 그러나 해결책과는 별도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종합적 문제의식이 제기됐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특히 인권·여성단체 등 비정부기구(NGO)의 목소리가 돋보였다. 이들은 식량위기가 단순한 생산·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구조, 개도국의 내부정치, 각국의 문화차이, 환경오염 등 총체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굶주리는 국민은 도외시한 채 집권층이 천문학적 거금을 착복하는 개도국의 분배적 모순, 공단건설에 따른 경지 침식, 경작지를 놀리면서 여성노동은 가로막는 전통문화, 단작농업을 강요하는 국제금융기관의 외채상환 조건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NGO는 따라서 개도국의 민주화와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투자확대, 외채탕감 등이 병행하지 않는 한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한다.
FAO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우 2010년 세계 총인구의 12%인 6억8,000만명이 굶주리며 이중 70%가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 주민일 것으로 추산했다. 필연적인 내전과 대량이민 등으로 21세기 세계는 더욱 불안정할 것이란 우울한 분석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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