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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사람 있다니” 끝없는 절망/남편·아내의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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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사람 있다니” 끝없는 절망/남편·아내의 외도

입력
1996.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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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여성의 전화’ 사례/딴 여자 사랑하면서 이혼은 싫대요/계속 살아야 하나요『남편이 직장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 그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이혼할 생각은 없다고 해요. 나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식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이런 결혼생활을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나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 분명한데 완강히 부인해요. 그래서 뒤를 밟고 싶은데… 심부름센터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심부름센터 대신 그 일을 해줄 수는 없는지요. 갓난애가 있어 꼼짝할 수 없어요』

「여성의 전화」(회장 신혜수)에는 남편의 외도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의 상담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접수된 1만5,390건의 상담중 남편의 구타문제(3,254건·21.1%)에 이어 남편의 외도가 2,770건(18%)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성격차와 성문제 등으로 인한 부부갈등이 세번째로 2,768건(18%)이었다.

정희진 상담국차장은 『남편의 외도는 가정폭력이나 고부갈등 등과 혼합돼 나타나므로 실제 상담건수의 50% 이상이 외도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자신의 바람문제를 상담하는 여성이 급증, 외도상담건수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남성의 바람은 호기심과 성적 과시욕, 권태 탈출, 지배욕 등에서 비롯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여성들은 대부분 분노와 배신감으로 인한 노이로제 우울증 자기비하 등을 심각하게 호소하고 있으며 심지어 맞바람 음주 과소비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내용에 따르면 바람을 피운 여성은 뒤늦게 잘못을 깨닫더라도 제자리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불륜상대로부터 당하는 고통도 컸다. 『계속 만나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리겠다』 『관계를 정리하려면 투자한 돈을 내놔라』 등 협박에 시달리는 여성이 상당수였다.

여성의 전화는 (02)263-6464∼5.

◎아내의 외도/‘남성의 전화’ 사례/사사건건 트집/귀가 일찍 못하게 하고 잠자리마저 거부

『뒤늦게 공부하고 싶다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한 것이 죄인가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아내가 지난해 방송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집사람이 대학에 다니며 남자친구를 사귀었나 봐요. 걸핏하면 욕하고 귀찮다며 집에도 일찍 들어오지 못하게 해요. 사사건건 트집입니다』

『아내에게 남자가 생긴 것을 2개월전 우연히 알게됐어요. 나는 괴로운데 아내는 너무나 태연해요.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서도 미안한 기색이 없고 밤에 잠자리도 거부하더니 이제는 이혼을 요구해요』

지난해 5월 문을 연 「남성의 전화」(소장 이옥)에는 아내의 바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성들의 상담전화가 최근들어 하루 평균 30여통씩 걸려 온다. 방문상담자도 매주 10여명씩은 된다. 올 5월까지 1년동안 3,400여건의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아내의 부정과 가출, 이혼 요구 등 부부갈등이 2,075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바람피는 아내들이 늘어 나는 것은 핵가족화, 맞벌이의 보편화로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자유시간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이소장은 지적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아내의 가출문제. 동기는 남편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불륜이 대부분이다.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알게 되면 대부분 가출해 버리고 얼마후에 이혼을 요구해 온다. 상담하는 남성들은 십중팔구 괴로움을 토로하면서도 이혼을 원치 않는다. 자녀의 장래, 본인의 체면 등을 생각한 때문이다.

『남편들은 이제 가부장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애정표현으로 아내와 자녀에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야 합니다. 부부갈등의 주된 원인이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기보다 받기만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노력이 가장 절실합니다』 이소장의 조언이다.

남성의 전화는 (02)652-0458.<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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