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그룹 제철사업 진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정부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 진출에 관한 가부판단을 하기전에 정부가 먼저 이런 문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를 한 후 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본다.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한 대기업의 특정분야 진출여부에 있지 않다. 정부정책의 논리와 일관성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경제력 집중을 불가이유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상호출자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다시 수정돼야 한다. 정부는 변칙적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집중을 막을 수 있는 핵심장치인 상호출자규제를 최근의 경제난을 이유로 대폭 후퇴시켜 버렸다. 경제력집중을 막아줄 제도적 장치는 오히려 완화시키면서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개별기업의 투자를 막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논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다.
둘째로 형평성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경제력 집중과 과잉투자를 이유로 업계가 맹렬히 반대했던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허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업계가 주장했던 똑같은 이유로 정부가 현대의 제철사업진출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사안을 갖고 한쪽은 허가고 다른 한쪽은 불허라니 이거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자의적인 행정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시장에 관한 판단을 누가 하느냐는 문제다. 사업자 자신이 수급전망을 가장 잘 한다고 보는게 상식이다. 정부에도 유능한 관리들이 많지만 민간기업에도 전문가들이 많다. 재벌그룹이 사운을 걸고 수천억원을 투자한다면 망할 것이 뻔한 사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전기로제품은 과잉이지만 고로제품은 수급이 불안하고 고급재는 수요가 갈수록 는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경제발전단계가 유치할 때에는 기업이 못 미더워서 정부가 투자를 해라 말아라 했었지만 선진국이 된다고 OECD에까지 가입한 나라가 개별기업의 투자에 대해 일일이 가부를 결정해 주는 것이 옳은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가 개별기업의 투자에 간여를 한다면 우리의 경제운용방식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통신개방문제 등 국제통상관계에도 파급영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나라 정상급 재벌인 삼성과 현대가 70년대 산업인 자동차와 사양산업이라고도 하는 철강사업에 각각 진출하는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개별기업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의 투자간여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문하고 싶은 것은 어느 경우에도 정부는 정정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편파적이어서는 안된다.
이번 문제는 경제논리로 판단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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