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이 우뚝 솟고 여기서 인왕과 연결되는 잔잔한 능선과 다시 북악에서 성북 정릉 미아리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산세가 너무나 오랜만에 눈물겹고 반갑게 우리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그늘에 묻혔던 근정문과 근정전이 모습을 드러냈다.우리 서울은 사방이 잘생긴 산들로 둘러싸였다. 거기 큰 강과 시내가 흘러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으뜸 자리가 경복궁이다. 바로 엊그제 동짓달 열사흗날 구총독부건물의 기초부분만 남기고 상층부분을 전부 해체하여 경복궁의 동서와 남북이 상통하여 답답했던 가슴이 얼마나 시원해졌는지 모른다.
1993년 문체부 간부회의에서 총독부건물 해체에 이어 경복궁 중앙박물관과 용산국립중앙박물관 건립 업무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맡아서 처리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 박물관은 책임감이 무거워지고 업무량이 많아진 것은 차치하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던 총독부건물 해체에 대한 극단적인 찬성과 반대, 갖은 협박과 모함, 유언비어와 독선적인 공방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살아야 했다.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찬성과 반대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용적 입장과 보다 나은 결론도출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은 무조건 잘못됐다는 식의 반대로 일관하여 상호신뢰와 이해와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합의나 진전된 의견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찬성과 반대가 모두 나라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한 의견의 제시이려니 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의 논리가 끝까지 「저것은 잘못이다」 「용납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나타났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민족의 자존심이며 문화발전의 기초가 될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남아 있다. 2003년 준공을 목표로 용산에 세워질 국립중앙박물관 신축공사를 위한 제반 작업이 숨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이 일을 위하여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명년 후반기에는 역사적인 대역사의 착공이 이루어질 것이다. 10만평 대지 위에 연건평 3만3,000평의 건물이 세워지게 되고 설계비만 120억원을 넘고 총공사비가 작년 기준 3,300억원이다.
이 공사는 우리 박물관만의 힘으로는 되지 아니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협력과 각계 각층의 자문과 협조는 물론 모든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이해와 협력이 요망된다. 또한 우리는 지금 바로 경복궁 서남쪽에 증개축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03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나가도록 세심한 주의를 쏟는 동시에 용산국립중앙박물관 신축공사에도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경복궁내 국립중앙박물관의 규모가 축소되었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다. 실제로 전시면적이 구총독부건물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던 때의 3,100평에서 2,100평으로 줄어들었고 사무, 연구, 사회교육을 위한 공간도 조금씩 축소됐다. 그러나 좁은 공간을 슬기롭게 운영하면 전에 못지않게 효율적이고 유익한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쉽고 재미있게 진열품을 볼 수 있는 18개의 새로운 전시실과 강당 두 곳과 교육, 공작,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수십 대의 최신식 컴퓨터를 이용한 진열문화재 영상검색 시스템과 3개의 전시문화재 대형영상안내실 등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과학의 첨단장비를 갖춘 전혀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을 12월에 선보일 것이다. 그간 각계각층에서 보여준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경의를 표하며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서 걱정하고 나무라기도 하고,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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