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증언 무산 아쉽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증언 무산 아쉽다(사설)

입력
1996.11.15 00:00
0 0

곤혹스런 하루였다.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세명이 모두 한 법정에 불려나오던 날, 이 땅에 발을 딛고 선 사람들이면 누구 하나 예외없이 느꼈을 심정이다. 수의차림의 두 전직대통령은 무장병력을 동원해 국헌을 문란케 한 국사범의 신분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이들 두 사람의 범법행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꼭 필요한 증인의 자격으로 나란히 법정에 불려나온 것이다. 그러나 가히 역사적이라 할만한 이 현장은 아무런 역사적 실체를 생산하지 못한채 「한법정의 세 대통령」이란 기록만 남기고 끝나 버렸다.변호인측의 요청과 재판부 및 검찰의 양해로 세사람이 나란히 한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러나 비록 예상은 됐다 하더라도 최씨의 입을 통해 12·12, 5·18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던 재판부의 의지는 무망한 것이 되고 말았다. 한때나마 국가 경영을 책임졌던 최고통치자의 자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씨는 이날 『어떤 신문에도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선서도 할 수 없다』며 증인선서 마저 불응했다. 그는 인정신문에만 몇마디 답변한 것을 빼곤 입장문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증언은 삼권분립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재임중 국정행위에 대한 증언은 할 수 없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에 관련된 수많은 사실, 예컨대 12·12가 군사반란인지, 5·17은 내란인지 여부를 가름하는데는 최씨의 증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80년 8월 돌연 하야한 배경 등은 최씨 자신만이 증언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오랜세월 외교관생활을 한 최씨가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 보는 회고록을 준비할것이라고 한다. 재판부와 국민들이 기대했던 증언을 거부한 그가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이제 역사의 진실은 그런데서나 기대해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