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검찰관계자와 변호인 여러분, 또 방청객 여러분. 본인은 근 80평생의 삶을 살아오면서 법집행엔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섰으나 이는 본인의 의사와 달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본인은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이후 처신을 은인자중하여 비록 일시적으로는 비난의 화살을 받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덕목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행한 공적인 국정행위에 대해 후일 어떠한 이유나 경위로도 소명하거나 증언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는 유례가 없었는데 본인이 그 사례를 만든 것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또 본인으로 말미암아 후임 대통령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냉엄한 안보현실과 평화적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돌이켜볼 때 이러한 일은 국익에도 손상을 줄 우려가 있고 또 자칫 대통령의 국가원수라는 지위의 상징성과 3권의 독립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일관된 소신과 의사에 따라 지금까지 한번도 본인의 국정행위에 대해 말한 바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일체의 증인신문을 거부할 수 밖에 없음을 재판부에선 깊이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재판장이 요구하는 선서는 증언한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증언하지 않겠다는 마당에 선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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