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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 이모저모

입력
199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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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노씨 등과 일일이 악수… 검찰­변호인단도 “얼굴 붉힐일 없겠네요”○…14일 상오 11시15분께 속개된 공판에서는 박준병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보충신문에 이어 재판장 권성 부장판사가 피고인 16명 전원을 꼼꼼히 신문했다. 권부장판사는 사건수사와 재판에서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한 보안사 전 보안처장 권정달 의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신문했으나 피고인들은 한 목소리로 『권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권부장판사가 노태우 피고인에게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허화평 피고인과 상의했다는 권씨의 증언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노피고인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허피고인은 특유의 자신만만한 어투로 『그런 일이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었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이 날 공판에서는 장세동 피고인이 법대까지 나가 재판장과 얼굴을 마주한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권재판장은 장피고인에게 서울시 지도를 주며 1공수여단이 출동했다는 신월동 3거리의 위치와 부대위치 등을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장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했으나 권부장판사가 『잘 못 알아 듣겠으니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 법대 앞에서 지도를 사이에 두고 재판장과 피고인이 머리를 맞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두환 피고인은 재판장 신문에서 1심때의 진술을 번복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본인에게 중요결정에 대한 백지위임을 했다』는 1심 진술에 대해 재판장이 『권한이양이 아니냐』고 묻자 전피고인은 『「백지위임」이라고 말했다면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전피고인은 이어 『중요한 국정사항 9가지중 4가지만 한정위임했을 뿐』이라며 『최 전대통령은 전권을 위임할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오공판에서 검찰은 논고문을 읽지 않고 구형만 한데 비해 변호인측은 최후변론에 장시간을 할애했다. 첫 변론에 나선 전피고인측 전상석 변호사는 1시간30분이 넘게 최후변론을 했다. 고령인 전변호사는 『힘들테니 앉아서 하라』는 재판장의 권유에도 끝까지 서서 최후변론을 펼쳤다. 이동안 전피고인 등은 꼿꼿이 앉아 귀를 기울였다.

전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A=B이고 B=A」라는 「거지논법」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계엄확대 등의 조치가 국헌문란목적 때문이고 국헌문란은 곧 계엄확대라는 검찰주장은 「거지논법」이자 순환논법』이라며 지난 11일 10차공판에서의 검찰의 구두변론논지를 맹공했다. 전변호사는 또 『증인들 대부분의 진술이 조서마다 다른 것은 검찰이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말이 임의동행이지 2∼3일동안 가두어두고 밤낮없이 신문해 진술서를 반복 작성토록 해 원하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하오 8시20분께 공판이 끝나자 전피고인은 착잡한 듯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채 옆자리의 노피고인에게 악수를 청한 뒤 나머지 피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법정공방을 벌여온 검찰과 변호인단도 서로 『그동안 고생했습니다』, 『이제 얼굴 붉힐 일 없겠네요』 등의 인사말을 나누며 모처럼 환히 웃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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