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뛰어넘은 ‘무게’ 돋보여유재용이 지난 30년 동안 일구어 온 작품세계는 참으로 개성적이다. 그 개성적인 면모를 몇가지 항목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설화적 성격이 강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옛이야기」의 전통을 적극적으로 이어받고 있다. 둘째, 철학적인 사유를 설화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고 있다. 셋째, 어떤 주제를 탐구할 때건, 어떤 상황을 다룰 때건 고도의 침착성을 유지한다. 이상과 같은 특징 중 어느 하나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에는 유리할 것이 없다. 그가 많은 대중에게 아직도 낯선 작가로 남아있는 것은 그러고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의 문제를 일단 접어놓고 문학의 내면적인 가치를 따지는 자리로 옮겨와서 생각해보면, 유재용의 작품세계는 참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열거한 그 세계의 세가지 개성적인 면모를 다시 한번 끌어와서 이 점을 설명해보자. 설화적 성격이 강하기에 그것은 근대소설문학의 본질에 대한 반성적 검토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들을 줄기차게 다루고 있기에 그것은 한국 소설문학의 정신적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어른의 풍모를 느끼게 하기에 그것은 한국 소설문학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만하면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는데 부족함이 없지 않겠는가?
유재용문학의 이처럼 가치있는 면모는 그가 동서문학 가을호에 발표한 「환생,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난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깊이없는 윤회론, 전생론 따위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 편승한 것 같은 인상을 줄지 모르나 사실 이 작품의 참모습은 그런 것과 무관하다. 유재용은 일관되게 구축해 온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에서 다음과 같은 인간의 근원적 질문을 그다운 설화적 수법과 담담한 스타일로 탐구해 나가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나의 진정한 실체는 독립된 개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의 하나, 동양인의 하나, 인류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이 얼마나 중차대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환생,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소설이 요즘의 세태와 무관한, 그 자체로서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닌 작품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이동하 문학평론가>이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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