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우리 체육계는 혼돈에 빠진다. 고교나 대학졸업반 선수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숱한 잡음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어지럽다. 학교측과 상의없는 비밀계약으로 파문을 일으킨 배구의 신진식(성균관대 4)과 후인정(경기대 4), 2중계약으로 물의을 빚은 청소년 야구대표 손지환(휘문고 3)과 프로야구 사상 첫번째 영구제명의 중벌을 받았던 강혁(한양대 4). 고교선수를 부정입학시킨 것이 발각돼 검찰에 구속된 모대학과 고교 축구감독들.
연일 스포츠면이 「파국, 난관, 파문」시리즈로 일관하던 차에 최근 미국 뉴욕의 본지특파원이 보낸 박스기사(10일자 10면)가 눈길을 끌었다.
기사의 요지는 미국의 유명대학인 UCLA의 짐 해릭 농구감독이 스카우트 대상인 고교선수 3명과 대학선수 5명을 대동하고 저녁식사를 했지만 이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규정에 어긋나 해임됐다는 것이다. 저녁 한끼 때문에 88년부터 팀을 이끌며 95년에는 팀을 NCAA 정상에 올린 명장을 해임했다는 사실을 한국스포츠계의 스카우트 행태에 비추어보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기종목의 경우 한국에서는 대학감독이 아주 좋은 자리다. 유명대학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교팀들은 「선수를 받아달라」고 대접한다. 실업, 프로팀들은 「졸업후 보내달라」며 고교선수의 스카우트비용까지 아낌없이 지원한다. 여기에는 저녁 한끼 때문에 해임되는 미국과는 달리 아무런 제재가 없다.
스카우트파동의 내막을 차분히 뜯어보면 모든 원인이 비정상적인 학원스포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00만점의 수능시험에서 60점(100점 만점으로 15점)만 맞으면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실력이 없어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교에서는 최소한의 인성교육마저 팽개친 채 선수들을 운동기계로 만들고 대학도 선수들을 「돈」으로 거래한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스카우트 파동을 막기 위해서는 중병을 앓고 있는 학원스포츠가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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