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사회 미니어처/전쟁본능 순화 찬양속 자극적 가상현실 비판도어린 시절 새총을 만들어 전기줄의 죄없는 참새를 쏘거나, 조금은 값비싼 따발총을 사 아군 적군으로 편을 갈라 노는 전쟁놀이가 있었다. 어린이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 위계질서를 배우고 공격적 본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혔다. 서바이벌게임. 이제 어른들 사이에서도 병정놀이가 인기 레저가 되었다. 물론 서바이벌게임에는 병정놀이의 동심은 없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대학에서도 동호인 클럽이 생겨나고, PC통신에도 모병이 뜨겁다.
서바이벌게임은 2차대전후 미국 유럽 등에서 「화약냄새를 잊지 못한」 참전용사들의 「워게임」에서 비롯됐다. 레저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 인간의 광적인 전쟁본능을 순화시킨다는 긍정론이 우세해지면서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이나미씨는 서바이벌 게임 지지자이다.
『죽고 죽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현실의 작은 갈등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인간 내면의 파괴본능을 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되죠. 하지만 게임은 허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전에 참가해본 사람들은 더 적극적이다. 『치열한 전투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휘체계가 생깁니다. 공격조 수비조 특공조 저격수 등 개인의 역할 분담이 작전회의를 통하여 이루어지면 팀웍도 길러지죠』 보람은행 영업추진팀 김호진 대리의 찬양론이다.
서바이벌게임은 경쟁사회의 미니어처이다. 『직장상사들과 여직원들은 숨어서 잘 안나와요. 남자 부하들만 총알받이가 될 때가 많죠. 배신도 있습니다. 특히 개인전을 할 때면 처음엔 뭉쳤다가 나중에 배신하죠. 안맞은 척 물감 자국을 닦아내는 「좀비」도 있고 상사에게 총알을 바치는 아부파도 있지요』 서바이벌게임을 2년간 진행해온 거산레저 김기복 대리의 말이다. 서바이벌게임의 종류는 다양하다. 「전멸전」은 적군 모두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게임이며 「고지탈환전」은 적의 고지를 탈환할 때까지 공격하는 방식이다. 「무기고 탈취전」은 양팀 진영의 중간에 1천발의 탄환이 보관된 무기고를 만들어 놓고 먼저 탈취한 팀이 실탄을 마음껏 발사하는 것이다.
실내 서바이벌게임도 생겨났다. 50여평규모의 실내에 우주가 펼쳐진 화면이 사방에 있고 각종 인공 장애물이 설치돼 있다. 전자총으로 상대를 쏘면 레이저 빔이 발사되고 폭발소리와 함께 맞은 사람의 총기작동이 중단된다.
서바이벌 게임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크다. 이화여대 사회체육학과 원형중 교수는 『업계에 감원,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서바이벌 게임이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 게임장을 벗어날 때, 과연 명중의 쾌감을 잊을 수 있을까. 특히 서바이벌게임이 실내로 옮겨지고 가상현실화하면서 자극적, 말초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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