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스카치위스키… 그리고일년중 해가 나는 날보다 우중충한 날이 더 많은 영국. 금방이라도 부슬비가 내릴 것 같은 안개낀 워털루 브리지를 한 중년의 신사가 걸어간다면. 그는 중절모를 쓰고 검은 장우산을 들고, 틀림없이 진한 베이지와 빨강, 검정, 하양의 체크무늬 안감을 댄 긴 레인 코트를 입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버버리(Burberry)다. 「영국이 낳은 것은 민주주의와 스카치 위스키, 그리고 버버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 신사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적을 막론하고 멋쟁이라면 한벌 쯤은 갖고있는 전세계 동시패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레인 코트를 상호인 버버리로 잘못 알고 있을 정도라면 그 명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버버리의 기본정신은 「거친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옷」. 여기에는 버버리의 기원과 창업주인 토머스 버버리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포목상을 운영하고 있던 토머스 버버리는 1888년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원단을 개발했다. 개버딘은 방수처리한 면사를 촘촘히 짠 다음 다시 방수처리한 것. 비를 맞아도 옷이 젖지 않고 한기를 막아주는 획기적인 원단이었다.
개버딘으로 만든 버버리는 나오자마자 많은 영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아문젠과 스코트가 버버리로 무장하고 남극을 탐험했으며 당시 국왕인 에드워드 7세도 버버리 레인 코트를 애용했다. 버버리사에서 수류탄 등을 걸 수 있는 D자형 링 벨트, 견장, 비바람을 막는 등판과 어깨의 덮개가 달린 트렌치 코트가 나오자 영국 해군성과 육군성은 1914년 버버리를 공식 트렌치 코트로 인정했다. 버버리는 지금도 영국 왕실의 지정상인이다.
남성용 레인 코트로 출발한 버버리는 1940년대 이후로 여성용은 물론이고 어린이용과 니트웨어, 가방, 목도리, 스카프 등으로 품목을 넓혔다. 87년부터는 시계와 향수, 차, 초콜릿 같은 식품도 내놓고 있다. 견고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는 레인 코트나 매한가지다. 버버리는 86년 국내에도 들어왔다.
버버리의 레인 코트는 한번 사면 10년을 입는다. 재질이 튼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는 버버리의 보편적인 디자인,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레인 코트의 낭만 때문이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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