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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장님도 모델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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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장님도 모델됐네”

입력
199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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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매스컴 데뷔 기업이미지·제품 신뢰 높여높은 등받이 회전의자에 불룩한 배를 내밀고 있는 사장의 모습은 이제 싫다. 컬러풀한 와이셔츠에 서스펜더를 맨 날씬한 사장.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장이 대접받는다.

바야흐로 「사장 마케팅 시대」다. 경영자의 이미지를 창조해 기업과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생산자가 모델로 모습을 드러내 진솔하게 자기 제품을 PR할 때면 제품에 정성과 인격이 입혀진다.

기업이 변신을 시도할 때일수록 광고에는 경영자가 자주 등장한다. 「사장 마케팅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사람은 대우전자 배순훈 회장.

『기술이란 과연 어떤 것입니까?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기능, 핵심기능을 잘 만드는 것이 진짜 기술입니다』

100여명의 공학박사에게 강의하는 배순훈. 학구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그는 대우의 전자제품에 「탱크」이미지를 입히고 자신은 그해 최고의 모델이 됐다.

『3년여 전만 하더라도 대우전자는 그렇다할 기업이미지가 없었죠. 배회장의 「탱크주의」가 나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광고대행사 코래드 이덕형 대리의 말이다.

「사장모델」의 원조인 귀뚜라미보일러 최진홍 사장은 기업이미지 변신 목적이라기 보다는 신상품 출시를 계기로 광고에 출연했다. 『2000년전 로마시대에 사용하던 보일러가 지금까지 견딘 것은 순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귀뚜라미보일러도 순동으로…』 사투리 섞인 어눌한 말투에 소탈한 외모. 배경화면과 효과음 없이 진실돼 보이는 광고. 그 결과 귀뚜라미보일러의 「순동보일러」와 「디럭스보일러」는 95, 96년 히트상품이 됐다.

하지만 사장이 출연한다고 해서 광고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장님모델의 아류작들이 유행처럼 등장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설득과 설명조의 단순한 PR보다는 강렬한 연기와 발상의 대전환으로 기업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사장 광고도 늘었다. 이들은 거꾸로 서는 것도, 벗는 것도 마다않는다.

『전 가끔씩 세상을 뒤집어 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바꿔 보면 은행도 고칠 점이 많더군요』 광고에서 물구나무를 선 이종연 전 조흥은행장(현 조흥증권 회장). 8월의 폭염 속에서 4시간여동안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은행의 이미지를 180도 바꾸기 위해 땀을 흘렸다.

세진컴퓨터랜드의 한상수 사장. 그는 지점장 모집광고에 웃통을 벗은 권투선수로 나왔다. 『나의 러닝메이트 100명을 공개모집합니다』 힘든 사업을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다. 주택은행 신명호 행장은 광고에서 테니스선수이다. 민영화를 계기로 딱딱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파워뱅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팬티가 편해야 팬티 안이 편안하다』는 「좋은 사람들」의 주병진 사장. 그는 「벗겠다」는 예고광고를 내고 진짜로 벗었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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